[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최근 유럽연합(EU)의 단일시장 탈퇴 의사를 밝힌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글로벌 영국’을 표방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협상을 앞두고 브렉시트(영국의EU 탈퇴)의 명확한 밑그림에 대한 요구가 고조된 가운데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다보스 포럼에서 연설중인 테레사 메이 총리 <출처=블룸버그> |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메이 총리는 19일(현지시각) 각국 석학들과 비즈니스 리더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EU 탈퇴를 계기로 전세계 국가 및 기업들과 자유 무역의 문호를 오히려 확대하는 한편 비즈니스 기회를 강화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메이 총리는 “영국은 옛 친구 및 새로운 동맹국과 무역협정을 체결할 것”이라며 “EU 탈퇴 이후 영국은 더욱 국제적이고 글로벌화된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소위 ‘클린 브렉시트’를 앞세우며 영국의 EU 단일시장 탈퇴 의사를 분명히 제시한 한편 국가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영국의 입지를 다질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어 필립 하몬드 영국 재무장관 역시 EU 탈퇴 이후 기존의 질서와 다른 세제 및 무역정책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퓰리즘과 국수주의가 미국과 유럽 대륙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메이 총리가 세계화 기조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다보스에 모인 금융업계 수장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이 EU 단일시장을 탈퇴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만큼 비즈니스 거점을 런던에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융권 인력 이동의 폭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SBC의 스튜어트 걸리버 최고경영자가 매출 기준 20%에 해당하는 런던 직원들을 파리로 이동시킬 뜻을 밝혔고, UBS 안드레아 오셀 투자은행 대표 역시 런던 인력을 독일 및 스페인으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기준 영국의 재화 및 서비스 수출 가운데 EU의 비중이 44%를 차지했다. EU 재화 및 서비스 수출 규모가 각각 1335억파운드와 889억파운드를 기록했고, 그 밖에 전세계 시장의 수출액이 각각 1513억파운드화 1370억파운드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수입의 경우 EU의 재화 및 서비스가 각각 2230억파운드와 680억파운드로 나타났고, 그 밖에 주요국으로부터 수입 규모가 각각 1882억파운드와 697억파운드로 집계됐다.
메이 총리의 청사진에 석학들은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EU 탈퇴 후 개별 국가 차원의 무역협정 체결이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는 것.
아울러 방대한 작업을 추진해 최대한 단시간에 영국의 교역을 브렉시트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킬 만큼 필요한 인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유럽의 한 통상 부문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메이 총리의 복안은 뜬구름 잡는 얘기일 뿐”이라며 “절대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