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지현 기자] 23일 오전 롯데마트 서울역점. 하얀색 플라스틱 포장 박스에 담긴 미국산 계란, 일명 '하얀 계란'에 고객들의 관심이 몰렸다. 이날 하얀계란 첫 구매 고객으로 나선 김정자(65·청파동) 씨는 망설임 없이 8490원짜리 계란 한판을 카트 위에 올렸다. 김씨는 "가격이 마음에 안들지만 궁금해서 사봤다. (위생상) 불안하다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완전하게 검역했으니 더 안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3분여가 지나자 또 다른 소비자 A씨가 같은 계란 두판을 덜썩 집어 든다. A씨는 "방송에서 이미 영양이 좋다고 많이 나와 전혀 꺼려지지 않는다"며 "맛을 안봐서 모르겠지만 궁금해서 사봤다"고 짧게 답하고는 가던길을 재촉했다.
롯데마트는 23일부터 미국산 계란 판매에 나섰다. 이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미국산 계란 첫 구매자인 김정자 씨가 계란을 카트에 담고 있다. <사진=전지현 기자> |
14일 국내에 처음 도착한 미국산 계란 중 약 150만개(약 100t)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검역을 통과해 대형마트에 풀리기 시작했다. 대형마트 업계에서 유일하게 수입산 계란 판매에 나선 롯데마트는 이날 오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들과 판매 촉진에 나섰다.
롯데마트는 당초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수입한 특란 크기의 계란을 국내 검역 절차를 거쳐 22일부터 판매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식약처 검사가 지연돼 23일부터 판매했고, 기존 공지됐던 가격도 8990원에 조금 더 낮은 8490원에 결정됐다. 정부의 항공운송비 지원이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게 반영됐기 때문이다.
같은 날, 하얀계란 옆 판매 진열대에 놓인 롯데마트 브랜드 계란 행복생생란(대란, 15구) 판매가는 4980원. 대형마트 상품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한판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미국산 계란 가격이 더 낮게 형성된 것으로 추산된다.
23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수입산 계란 판매대 옆에 국내산 계란을 판매하고 있다. 롯데마트 브랜드 '행복생생란'(15구, 왕란)은 이날 498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사진=전지현 기자> |
미지근 할 것으로 여겼던 소비자 반응 역시 예상과 달랐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계란 판매대에서 소비자 반응을 체크한 결과, 판매를 실시한 오전 10시부터 10시40분까지 40분간 총 10여명의 소비자 중 6~7명 가량이 하얀계란을 손에 들고 갔다.
하얀색이라는 계란 색상에 대한 소비자 반감도 없었다. 전인중 (63) 씨는 "어느날부터 노란계란이 나오기 시작했지, 80년대까지 만해도 하얀계란이 나왔기 때문에 익숙한 편"이라며 "계란이 부족한 상황에 굳이 미국에서 계란을 들여올 필요도 없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싸게 들여올 수 있다면 수입해 오는 게 맞이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판매대 앞에서 농식품부 관계자에게 '싱싱하냐'고 재차 질문을 던진 후 하얀계란 한판을 손에 든 양현녀(78·대현동) 씨는 "설 때문에 음식을 만들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사긴 했다"면서도 "싱싱하기만 하면 (가격·색상 등이)상관없다"고 말했다.
다만, 수입산 계란에 대한 희비는 연령대에서 엇갈렸다. 30~40대 소비자들은 '하얀계란' 코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국내산 계란을 골라 집고 있었다.
30대 초반이라고 본인을 밝힌 임산부 김영애(가명·서대문)씨는 "어린 아이가 있어 수입산 자체를 사먹지 않는다"며 "가격적인 면에서 수입산 계란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기 때문에 평소에도 잘 안 사먹는다. 방송에서 안전하다 하나 누가 알겠나"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40대 초반의 김수영(가명)씨 역시 "방송에서 안전하다 아무리 말해도 우리나라 것이 좋다는 인식이 깊어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며 "품질면에서 국산이 더 나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했다.
한편, 수입산 계란은 앞서 지난 21일부터 일부 소규모 유통업체를 시작으로 판매가 실시됐다.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는 미국산 계란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계란 부족 사태로 고객이 몰리지는 않았으나 평소와 비슷한 수준에 팔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객 반응이 예상보다 순조롭다. 오늘 하루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