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법률대리인단이 탄핵심판 논의를 위해 만났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탄핵법정 출석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마지막 카드로 본인의 출석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25일 박 대통령 측 대리인 이중환 변호사에 따르면 "24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20분간 대통령과 면담을 가졌다"며 "탄핵심판의 진행상황과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 관련 제3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위해 브리핑룸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
구체적으로는 탄핵사건의 주요 쟁점과 헌법재판소의 추가 확인요청 사항, 국회 소추위원이 헌재에 추가 제출한 준비서면의 내용, 그동안의 증언 내용 등에 대한 설명이 이뤄졌다. 특히 '비선실세' 최순실 씨 증언과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면담 공개는 이례적이다. 종전에는 극도로 박 대통령 관련 발언을 아꼈다. 실제 이중환 변호사는 앞서 '세월호 7시간' 석명서 제출과 관련, "박 대통령을 몇 번이나 대면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뢰인과의 관계를 고려해 자세한 내용은 말해 줄 수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자신이 직접 취재진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리는 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 측이 나서서 탄핵심판의 진행상황과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일부러 부각시키는 것은 기존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추후 탄핵법정 출석을 위한 포석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추측은 박 대통령의 상황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상황만은 아니다. 탄핵심판의 최종 결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마지막 카드가 본인의 변론기일 출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지난 23일 여덟 번째 공개 변론을 앞두고 헌재에 39명의 증인을 추가신청했고 재판부는 이 중 7명을 증인으로 채택, 오는 2월 7일까지 변론기일을 확정했다. 이에 국회 소추위원 권성동 바른정당 의원은 "이제 와서 증인을 39명이나 신청하는 것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맥락에서 대부분 증인신문이 마무리된 후 최종 변론 등을 위해 박 대통령 본인이 출석을 결정한다면 추가로 한, 두차례 변론기일이 잡힐 수도 있다.
변론이 끝난 후 최종 결정을 위한 평의와 결정문 작성 등에 일반적으로 약 2주의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 출석은 재판부의 결정을 미룰 수 있는 주요 카드가 된다.
박 대통령의 속내는 여기서 또 한번 드러난다. 탄핵과 특검 정국이 박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탄핵심판을 최대한 미루는 게 자신에게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의 최종결과가 미뤄질수록 대통령으로서 불소추특권을 이용, 특별검사 수사를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박영수 특검의 1차 수사기한은 2월 말까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앞서 검찰 수사에서 그랬던 것 처럼 계속 심판을 지연시킬 핑계를 찾고 있는 것 같다"며 "탄핵심판을 미루고 특검 수사 마저 피해보겠다는 '꼼수'를 쓰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