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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75살 김채옥 할머니의 지리산 사계…"18살 팔랑마을로 시집와 4년만에 남편 잃어"

기사등록 : 2017-02-0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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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에서는 김채옥 할머니가 사는 사계절 아름답고 넉넉한 지리산의 품을 소개한다. <사진=‘인간극장’ 캡처>

'인간극장' 75살 김채옥 할머니의 지리산 사계…"18살 팔랑마을로 시집와 4년만에 남편 잃어"

[뉴스핌=정상호 기자] KBS 1TV ‘인간극장’은 2월3일까지 ‘채옥씨의 지리산 연가’ 편을 방송한다.

봄이면 진분홍 철쭉이 능선을 물들인다는 지리산 팔랑치. 그 아름다운 곳으로 가는 길목에서팔랑 마을을 만날 수 있다. 단 일곱 가구 사는 작은 마을에 조상들이 대대로 살던 아궁이 흙집이 유독 눈에 띈다.

지리산의 영봉과 닮은 듯 높게 솟은 억새 지붕을 한 옛집에는 올해로 일흔 다섯이 된 김채옥 할머니가 산다.

지리산이 고향인 채옥 할머니는 꽃다웠던 열여덟 살, 팔랑 마을로 시집을 왔다. 결혼 한 지 4년 만에 남편은 어린 아들을 남겨두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채옥 할머닌 하나뿐인 아들과 먹고 살기 위해 남원 시내로 나갔고, 20년 전 다시 이곳 팔랑 마을로 돌아왔다.

바로 옆에 콘크리트 집을 두고도 200년 된 억새집이 편하다는 채옥 할머니는 가을이면 억새를 베고, 이듬해 봄에 새 억새로 지붕을 얹는 수고로움도 마다 않는다.

해가 갈수록 점점 힘에 부치는데도 억새집을 지키려고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향산천인 지리산 구석구석을 누비는 채옥 할머니는 마치 알프스 소녀 하이디처럼 맑고 순수하다. 어느덧 일흔 하고도 다섯 해에 서 있는 채옥 할머니. 그녀가 보낸 지난 1년의 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인간극장’에서는 김채옥 할머니가 사는 사계절 아름답고 넉넉한 지리산의 품을 소개한다.

눈이 쌓였다 녹으면 해발 700미터 지리산 자락에도 봄이 찾아온다. 해마다 봄이면 김채옥(74) 할머니는 억새 집의 지붕을 새로 얹는 일로 몸과 마음이 바쁘다.

아랫마을 보다 하늘이 더 가까이 있는 마을에 살다 보니 버스도 다니지 않고, 택배 수거차도 웬만해선 오지 않는다. 겨울엔 가스 배달도 통사정을 해야 할 정도라채 옥 할머니는 답답한 마음에 운전면허에 도전했다.

나이가 들면 용기도 고개를 숙이기 마련인데 채옥 할머닌 호기심도 많고 자신감도 솟는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자신의 작은 꿈을 이루기 위해 고단해도 매일 저녁 일기를 쓴다.

해만 떨어지면 짙은 어둠이 깔리는 산골의 밤을 채옥 할머닌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뜨거웠던 여름
산 좋고 물 맑은 지리산에도 무더위가 찾아왔다. 채옥 할머니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팔랑치로 등산을 나선다. 산천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데 채옥 할머닌 숨도 가쁘고, 허리도 굽었고, 지팡이도 들어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왠지 서글프다.

뱀사골 계곡에서 더위를 피하던 어린 시절, 계곡물에 목욕하던 채옥 할머니와 친구들은 어느새 백발의 노인이 됐다. 층층시하 시집살이하며 청춘을 눈물로 보내야 했던 기억. 돌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뜨거웠던 한때였다.

남편을 먼저 보낸 고향 친구들과 채옥 할머니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길고 긴 무더위를 쫓는다.

‘인간극장’에서는 김채옥 할머니가 사는 사계절 아름답고 넉넉한 지리산의 품을 소개한다. <사진=‘인간극장’ 캡처>

◆만추의 지리산
녹음이 우거졌던 지리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 채옥 할머니는 부지런을 떤다. 도토리와 알밤을 주우러 다니느라 아침 일찍 산을 오르고, 오후엔 아들에게 보내 줄 들깨를 수확한다.

1년 동안 땀 흘려 가며 거두어들인 알곡처럼 채옥 할머니 인생에서 수확과 결실은 무엇일까.

맑고 화창한 어느 가을 날. 가을걷이 하느라 바빴던 채옥 할머니가 곱게 단장을 한다. 아랫마을에서 풍성한 가을잔치가 열리기 때문이다. 먹거리, 볼거리 풍성한 마을 잔치에서 오랜만에 친구도 만나고 모처럼 흥겨운 시간을 보낸다.

◆겨울연가
아들과 암 투병중인 며느리가 김장을 도우러 왔다. 딸 같은 며느리가 아프다는 소식에 채옥 할머닌 봄부터 전전긍긍했다. 다행히 건강을 회복 중인 며느리가 할머니는 고맙기만 하다. 지리산의 산짐승처럼 채옥 할머니도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팔랑 마을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 아랫마을로 내려가는 길이 얼어붙어 고립무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할머니 마음을 아는 듯 첫눈은 평년보다 더뎠다. 덕분에 고로쇠 호스를 점검하러 산에 오르고, 산짐승을 위해 도토리며 사과며 먹이를 뿌려놓고 온다.

인생이 매번 봄날 같기만 해도 사는 게 재미없을 터. 덥기도 했다가 춥기도 하고, 바람이 불다가 흐리기도 하고. 비가 내렸다 눈이 내리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해야 인생의 의미를 깨닫지 않을까.

김채옥 할머니가 보내는 지리산의 사계는 ‘인간극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핌 Newspim] 정상호 기자 (newmedi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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