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현 기자] "솔직히 업계 의견이 가이드라인에 반영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앞으로 정식 제도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꾸준히 목소리는 내야죠.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명확히 알려야 하니까요."
'P2P(Peer-to-peer, 개인대개인) 대출 가이드라인'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업계와 당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금융 플랫폼으로 각광받던 산업은 멍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투자한도 설정(개인 1000만원한도) ▲투자금 분리 관리 ▲정보공시 ▲선대출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투자자 보호 명목이었다.
업계는 투자한도 설정과 선대출 금지 항목에 반발했다. 투자한도가 너무 낮은데다, 선대출을 막으면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는 것.
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지난 23일 가이드라인을 행정예고했다. 다음달 13일까지 20일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뒤 가이드라인은 즉시 시행된다.
P2P업계는 지난달 말 제윤경 국회의원실 주도로 개최되는 P2P대출 가이드라인 관련 토론회에 기대를 걸었다. 당국이 참석하는 토론회에서 업계 의견을 다시 한번 피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하지만 국회 일정으로 토론회가 이달 7일로 연기됐다. 이렇게 되면서 가이드라인 시행 전까지 가이드라인이 수정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이러는 사이 핵심 이슈인 투자한도와 선대출에 대해 업계와 당국간 논의도 안되고 있다.
P2P 금융은 해외에서 핀테크의 일환으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기존 은행과 금융회사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스템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
반면 국내에서 P2P금융은 변종 대부업 취급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대부업과 비슷한 규제를 덮어씌운다. P2P금융이 발달한 미국이나 영국 그 어느 국가에서도 투자금 제한과 같은 규제를 들이대지 않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 한도를 연간 1000만으로 낮게 제한하니 오히려 투자자들이 '마음대로 투자도 못하냐'며 반발하고 있다"면서 "이 정도 투자한도로는 매출이 부족해 살아남는 P2P업체가 얼마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수 이남에 심으면 귤이 되지만 회수 이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의 고사를 금융당국은 되새겨봐야한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