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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보람 기자]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자금사용처를 공개하지 않도록 정관을 변경한 사실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두 사람의 '경제공동체'를 입증할 주요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미르가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정관변경 사유서 <자료=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1일 김영주·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미르재단은 지난해 세 차례 재단 정관을 변경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것은 2015년 12월 이뤄진 두 번째 정관 변경이다. 당시 미르는 법인 재산을 기본재산과 보통재산으로 구분하고 기부금을 보통재산에 포함시키도록 정관을 개정했다.
일반적으로 기본재산은 기업의 자본금과 비슷한 성격으로 법인 설립금 등이 포함된다. 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사회 등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보통재산은 재단 유지나 사업운영을 위해 사용되는 자금으로 이같은 복잡한 절차없이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다.
게다가 보통재산의 경우 자금활용처를 외부에 공개할 필요도 없다. 미르재단의 보통재산은 388억원이다.
최근 법정에서 최 씨가 미르재단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김성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은 "어느 시점 이후 최 씨에게 직접 보고했다"며 "(재단)이사장도 모르는 것을 진행한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깊이 관여한 부분은 맞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민간인이면서 관련 분야 지식도 많지 않았던 최 씨가 재단설립과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정황과 박 대통령이 재단설립을 위해 대기업들로부터 수 백억 원의 자금을 출연토록 한 사실, 정관변경을 통한 운영자금 비공개 등은 모두 한 방향으로 퍼즐이 맞춰진다.
박근혜 대통령(오른쪽)과 그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 <사진=뉴스핌/뉴시스> |
실제 검찰도 이 부분을 주목했다. 검찰은 지난달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최 씨의 제1차 공판에서 "기업들로부터 기부받은 돈을 재단 고유사업이 아닌 곳에 임의로 사용하기 위해 정관을 변경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과 최 씨를 '경제공동체'로 볼 수 있다고 자신했던 이유 중 하나가 미르재단 정관변경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과 최 씨 사이에 이익 공유는 여러자료를 통해 상당부분 입증됐다"며 "객관적 물증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를 토대로 실제 박 대통령과 최 씨가 미르재단을 통해 기업 기부금을 불법적으로 가로채려 한 움직임이 있었는지 등을 깊숙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검 측 관계자는 "구체적 수사상황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