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기락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과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 대해 청와대가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법조계 일각에서 제기한 박 대통령의 ‘반전 시나리오’가 재조명을 받고 있다.
3일 특검 및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의 압수수색 발표에 청와대가 경내 압수수색을 허용하지 않는 방침을 고수, 경우에 따라 양측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특검이 지난달 설 연휴 전부터 청와대 압수수색을 예고했으나 청와대가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다, 청와대 안으로 수사 기관이 들어온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특검은 “그것은 청와대 입장이고, 저희 특검은 관련 법률에 따라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특검은 이르면 이날 오전 중 압수수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65번째 생일(2월 2일)을 하루 앞둔 1일 오후 서울광장 인근 도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빨간 신호등이 켜져 있다. 특검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다음주 중 박 대통령에 대해 대면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에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범죄행위와 관련된 곳은 모두 압수수색 대상이 되기 때문에 청와대 비서실, 민정수석실, 경호실, 의무실 등이 포함돼야 한다는 특검의 입장. 또 청와대가 대통령기록물이 보관되는 장소인 만큼, 기본적인 증거물들이 모두 청와대 안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청와대의 증거인멸이 있더라도 기록이 남기 때문에 사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특검 주변에서는 청와대가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도 이 점으로 관측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의 반전 시나리오’가 본격화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특검 조사를 수용하겠다고 했으나 압수수색이 임박하자, 돌변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올초 청와대 상춘재에서 일부 출입기자들과 신년 인사회를 통해 “특검에서 연락이 오면 성실히 임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돌변’은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란 게 법조계 시각이다. 지난달 25일 ‘정규재 인터넷tv’와 인터뷰에서 특검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대한 불만을 표한 데 따른 것.
박 대통령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구속에 대해 “그게 무슨 뇌물죄도 아닌데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너무 과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 수사부터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까지 지적했다.
지난주부터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 씨가 가세했다. 최 씨는 지난달 25일 특검에 강제소환, “여기는 더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공동 책임을 밝히라고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고 고함을 질렀다.
26일엔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특검의 강압수사로 인해 최 씨의 인권이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또 이튿날엔 ‘박근혜 대통령님 사랑합니다’라는 제목의 노래가 유튜브에 공개됐다.
노래의 가사는 ‘박근혜 대통령 너무 불쌍해. 국민들은 무얼 하나요. 비리부정 잡아내려 했던 대통령. 오히려 당하네요. 청렴 결백 깨끗한 대통령. 대통령 박근혜 힘을 내세요!’ 등이다.
이 영상은 3일 기준, 유튜브 조회수 57만5831회이다. 좋아요는 3268건, 싫어요는 5481건으로 집계됐다.
이 노래를 작사·작곡한 송만기 씨는 현직 양평군의회 의원으로 이달 1일, “자신의 노래가 유튜브 조회수 42만 건을 돌파했다며 “100만 명이 들으면 탄핵 기각이 일어난다. 모든 집회에서 틀고 노래를 배우고 퍼나르자”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과거 정권에서도 블랙리스트는 있어왔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이유는 증거 및 증거인멸의 흔적 때문으로 보인다”며 “청와대는 법 보다도 국민 여론을 수용,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오는 4일 '2월에는 탄핵하라'는 주제로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를 재개하기로 했다.
퇴진행동은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 구속을 촉구하는 사전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오후 3시 삼성본관으로 행진한 뒤 한 시간 가량 행사를 가진 뒤 광화문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