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 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탄핵법정 출석을 거듭 거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과는 직접적으로 크게 상관이 없는 데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법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빌미로 증언의 신빙성에 흠집내려는 시도 또한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소는 9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 대심판정에서 제12차 변론기일을 열었다.
특히 이날 오후 변론에는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지만 고 전 이사의 출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고 전 이사는 이미 앞선 변론에도 출석을 거부한 바 있다. 첫 소환일은 지난 1월 17일 제6차 변론기일. 그는 당시 헌재의 증인출석요구서조차 전달받지 않은 채 법정에 나타나지 않았다. 주소지 미확인은 물론이고 전화 연락조차 닿지 않아 '신변 이상설'이 일기도 했다.
이후 일부 언론과 접촉하고 심지어 최 씨 형사재판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행히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우려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지만 탄핵법정 출석 거부는 계속되고 있다.
일부 정치권 관계자 등은 고 전 이사가 탄핵법정 불출석 고수에 대해 "박 대통령과 자신의 직접적 관련성이 크지 않고 자신의 과거를 도덕적으로 문제삼을 박 대통령 측 전략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고 해석하고 있다.
고 전 이사는 사실 박 대통령과 직접적으로는 관련이 없다. 과거 가방브랜드 '빌로밀로'를 운영하면서 대통령의 가방이나 의상 등을 만들어 왔지만 당시 그가 최 씨의 측근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를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고 전 이사의 복수극 또는 치정극으로 몰고가려는 시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상황이다.
앞서 이중환 변호사는 이번 사태를 "더럽고 역겨운 한 남자의 거짓말로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는 최 씨의 또다른 측근이던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지난 1월 23일 제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고영태가 최순실과 내연관계라고 추측했다"는 증언이 있은 뒤였다. 최 씨 역시 고 전 이사 등이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모함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재판부에 고 전 이사의 과거 '전과기록' 조회를 신청하기도 했다. 고 전 이사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 그동안 증언 자체의 신빙성을 의심하겠다는 취지였다.
결국 고 전 이사의 계속된 불출석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없는 자신의 인격적 모독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고 전 이사는 헌재의 증인출석 요구서는 전달받지 않았으나 추후 헌재에 별도의 연락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다만, 12차 변론기일 당일인 9일 아침까지 별다른 연락은 전해지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