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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채권시장에 ‘트럼프 트레이드’가 후끈 달아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취임 이후 시들해진 뉴욕증시와 대조적인 움직임이다.
정크본드 투자 수요가 크게 고조되면서 연초 이후 관련 채권의 발행액이 2013년 이후 최고치에 이른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베팅이라는 진단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일부 투자은행(IB)은 ‘트럼프 트레이드’의 일환으로 정크본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발표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문제는 중장기적인 유동성 문제다. 앞으로 5년 사이 만기 도래하는 투기등급 회사채 물량이 1조달러를 상회, 사상 최고치에 이른 상황.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 가능성이 열린 상황에 채권시장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만기를 소화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지 못한 실정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컨설팅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 발행액이 41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3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이와 별도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이후 정크본드 채권으로 100억달러를 웃도는 자금이 밀려든 것으로 파악됐다.
고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기대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주요 정책 이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에도 투자자들이 낙관론에 베팅하고 있다는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블룸버그> |
라만 스리바스타바 스탠디쉬 멜론 애셋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고위험 자산을 매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낙관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정크본드의 수익률이 지난해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22%에 근접했던 CCC 플러스 이하 등급의 회사채 수익률이 최근 10% 선으로 급락했다.
미국 국채 대비 회사채의 수익률 프리미엄은 최근 259bp를 기록해 1년 전 650bp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정크본드 시장의 강세 흐름이 불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경제 펀더멘털의 부진과 정치권 리스크를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UBS의 스티븐 카피로 전략가는 FT와 인터뷰에서 “은행 및 비은행 대출 요건이 완화되지 않고 있고, 신용카드와 오토론의 체납이 상승하고 있으며, 상업용 및 산업용 대출 신장세가 정체된 상”이라며 “여기에 보호주의 정책에 따른 리스크 역시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보다 중장기적인 정크본드 리스크를 제시했다. 2021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투기등급 회사채 물량이 1조600억달러로, 5년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는 것.
앞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관련 기업들이 신규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을 수 있고, 이로 인해 디폴트가 상승하면서 투자 손실 리스크가 크게 뛸 것이라는 경고다.
무디스의 티나 실라버그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시장 유동성이 고갈되면서 디폴트 위기를 맞는 기업들이 급증할 수 있다”며 “지난해까지 극심한 저금리 여건 속에 신용등급이 낮고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채비율이 6배를 웃도는 투기등급 기업이 금리와 유동성을 포함한 시장 여건 악화에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무디스는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