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동훈 기자] 잠재적 부실로 분류되는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가 1년 새 최고 30% 정도 줄었다. 재무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건설사들이 발을 벋고 나선 결과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들이 보유한 미청구공사가 1년 전과 비교해 수천억씩 줄었다.
미청구공사는 시공사가 공사비를 투입해 공사를 진행했지만, 발주처에 대금 지급을 요청하지 않은 돈이다. 달라고 했으나 공사비를 받지 못하면 회계 항목에 매출채권으로 잡힌다. 미청구공사와 매출채권은 받아야 할 돈인 만큼 회수하지 못해도 일단 매출로 반영된다.
대형 건설사 중 미청구공사가 가장 많은 현대건설은 2015년 말 2조5811억원에서 작년 말에는 2조3230억원으로 9.9% 줄였다. 해외 대형 현장인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쿠웨이트 자베르 코즈웨이 해상교량 공사 등에서 공사비 회수가 이뤄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은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이 회사는 2015년 말 1조3642억원에서 작년 말에는 9481억원으로 감소했다. 2014년 미청구공사가 1조6000억원에 달한 것과 비교하면 잠재적 부실을 대거 해소한 셈이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은 미청구공사는 1조7734억원에서 1년새 1조3100억원 정도로 줄었다. 해외 사업만 보면 9045억원에서 5414억원으로 급감했다. 특히 모로코 해양 플랜트 사업장에서 3600억원을 회수한 게 큰 역할을 했다. 삼성물산도 1조6200억원에서 1조4800억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미청구공사 감소에 힘을 기울인 것은 잠재적 부실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다.
금융권에선 미청구공사가 향후 부실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미청구공사 금액을 과도하게 책정했다가 돈을 받지 못해 2015년 3조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청구공사가 결국 부실로 이어져 ‘어닝쇼크’를 맛봤다.
미청구공사는 기성에 따라 청구할 수 있어 인위적인 축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발주처에 휘둘리기 보단 적극적으로 공사비 회수에 나선 만큼 향후 미청구공사는 더 줄어들 것이란 시각이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미청구공사를 부실로 보는 인식 때문에 공사비 회수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 및 노력하고 있다”며 “수주산업 특성상 미청구공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지만 해외 사업장을 중심으로 최소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