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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약돋보기]잘나가던 文, '공공일자리 81만개' 공약에 삐끗?

기사등록 : 2017-02-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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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지적…재정대책·양질 일자리 고민 부족
지지율 1위의 숙명…네거티브 아닌 정책 대결 긍정 평가

[뉴스핌=이윤애 기자] 잘 나가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일자리 공약' 논란으로 뜻밖에 암초를 만났다. 문 전 대표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한 자신감도 내보였었다. 때문에 이번 위기에 대한 대처가 향후 '문재인 대세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에 임명된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임명 당일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정책에 대해 "메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생각한다"며 "국가 예산과 세금을 거둬서 나라 일자리 (만드는 걸) 누가 못하냐"고 비판의 물꼬를 튼 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 국민의당에서 연일 공격이 지속되고 있다.

문 전 대표측은 이 와중에 기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는데 그 원인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공약이었다. 지난 8일 문 전 대표가 성남 ISC를 방문한 뒤 기자들이 81만개 공약 관련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문 전 대표의 수행원들이 질문을 제지하며 충돌이 벌어졌다. 현장 기자단은 이에 질문기회 원천봉쇄 금지 등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등 강한 항의 의사를 표명했다.

◆"정부가 할 일은 민간이 일자리 만들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 구축"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의 제4차 포럼 기조발제를 통해 일자리 정책 구상을 밝혔다.<사진=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측 제공>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은 스스로 "일자리 창출에 대통령의 명운과 정권의 성패를 걸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다.

전문가들은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이 재원문제, 공공부문의 비대화, 양질의 일자리 문제 등을 모두 놓친, 단기 고용률 증가만 노린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이현재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문재인 전 대표의 공공일자리 81만개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문 전 대표는 연 4조원, 내지 연5조원 계산으로 81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했는데 한 사람당 연 500만~600만원 수준이다. 월 50만원짜리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역시 "연 2000만 원 수준의 일자리라면 모르겠으나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려면 약 30조원 정도의 예산이 매년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매년 30조원를 들이겠다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정부가 할 일은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며 문 전 대표의 정책을 비판했다. 안 지사는 "국민 세금을 걷어서 공무원 숫자 늘리는 것만 가지고는 우리가 바라는 일자리가 다 충족되기는 어렵다"고 우려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공공부문을 작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크고 비효율적인 것은 지금 글로벌 추세와도 역행한다"며 "(문 전 대표가) 대기업을 규제하려다 보니 일자리 대책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지 않아 '큰 정부 작은 민간'으로 가는 것으로 비효율적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결국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인 21.3%에 비해 7.6%밖에 안 된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 쏟아 부은 국가예산 22조원이면,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를 100만개 만든다"고 했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준비된 대통령' 프레임 삐꺽…朴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 하겠다는 거 아니겠어요"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문 전 대표가 연일 각 분야의 정책 발표를 통해 강조한 '준비된 대통령' 프레임에 발목을 잡힌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지율 1위 대권주자로서의 숙명이라는 시선도 있다.

반면 과거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로 점철됐던 경선, 본선에서 벗어나 정책을 두고 논쟁을 이끌고 있는 점은 대선판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이번 대선 경선은 선두 주자인 문 전 대표가 각 분야의 정책 공약 발표를 하면서 지난 17, 18대 대선과 달리 '정책 선거'가 되고 있다.

지금처럼 야당이 우세했던 지난 17대 대선 과정을 살피면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명박-박근혜 후보는 연일 경선룰을 두고 다퉜고, 정책은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대한민국747'(10년 내 7% 경제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과 박 후보의 '열차 페리',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자) 정도에 불과했다. 지난 18대 대선 본선에서는 박근혜 후보가 기초노령연금 지급 공약에 대한 복지재원 지적에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 하겠다는 거 아니겠어요?"라는 엉뚱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가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하며 각 분야의 정책을 선보이는 데 대해 문 전 대표의 캠프 내에서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는 말도 나온다. 지금과 같이 여러 공격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발표한 데에는 문 전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고 전해진다. 문 전 대표는 후보 등록을 하는 순간 '정책'이 아닌 '인물'에만 시선이 모일 것이기 때문에 정책 발표를 먼저 해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핌 Newspim] 이윤애 기자(yuny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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