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 2014년 소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위기를 딛고 금융시장에 복귀했던 그리스가 짧은 안정기를 뒤로 하고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3차 구제금융 집행 참여를 거부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오는 7월 만기 도래하는 20억유로(21억3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의 디폴트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 <사진=블룸버그> |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최근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시장조사 업체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7월 만기 도래하는 2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채권 수익률이 최근 15%를 뚫고 올랐다.
그리스는 민간 투자자 및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기관들에게 불과 5개월 후 대규모 자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3300억유로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은 가운데 구제금융 집행에 난항을 맞은 상황이다.
여기에 유로존 주요국의 선거 역시 그리스의 위기를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는 봄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선거에 이어 9월에는 독일 총선이 예정돼 있다.
무엇보다 독일 지도부가 그리스에 대한 지원을 입에 올렸다가 민심을 잃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리스 내부 상황 역시 매끄럽지 않다. 정권을 잡고 있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이 채권단의 긴축 요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재정 개혁과 부채 탕감 등 과거 부채위기 당시 불거졌던 쟁점들이 고스란히 재연되는 데다 독일을 포함한 유로존 주요국 총선이 맞물리면서 2011년에 비해 오히려 험난한 상황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가 오는 7월 디폴트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아타나시오스 밤바키디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외환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국내외 정치적 상황으로 그리스의 부채 상환 여부를 장담하기 무척 어렵다”며 “오는 5~6월부터 그리스가 유동성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고, 이어 7월 디폴트를 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기 전 그리스 정부가 노동시장 개혁을 포함해 채권국들의 요구 사항을 이행해야 하지만 조기 총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전했다.
부채 문제가 악화되면서 간신히 마이너스 성장률의 늪에서 벗어난 그리스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고 월가는 내다보고 있다.
불과 열흘 앞으로 다가온 EU 재무장관 회의까지 그리스가 구제금융 협상을 마무리하고 ECB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 대상국에 포함되는 시나리오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부 월가의 자산운용사는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다. 과거 그렉시트 위기를 극적으로 모면했던 것처럼 이번 난관도 궁극적으로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다.
블루베이 애셋 매니지먼트의 마크 다우딩 채권 헤드는 WSJ과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나 디폴트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고, 이를 근거로 볼 때 채권 수익률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며 “그리스의 장기물 채권을 지속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