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신정 기자] 바른정당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이 4차 대선공약으로 꺼내든 재벌개혁안을 두고 '기업 옥죄기'에 치중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은 자칫 대기업에 대한 소송을 남발해 기업경영 활동에 지장을 줄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문제는 유승민 의원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앞 다퉈 비슷한 내용의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데 있다.
유 의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와 '대기업 횡포 근절 특별법'이 담긴 재벌개혁안을 발표했다.
우선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위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되 기업들의 사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형사처벌 대상 행위를 합리적으로 축소,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쟁점 가운데 하나다.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향후 불공정행위의 피해자가 공정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원에 행위금지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고발과 소송이 난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따른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기 침체로 경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계는 법안 남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기업들은 계속되는 소송에 따른 경영활동 위축 등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공정위는 의무고발제를 도입해 전속고발권을 완화시킨 상태"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 유승민 의원이 13일 제 4차 대선공약으로 재벌개혁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신정 기자> |
아울러 공정거래법과 관련, '집단소송제도'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영세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기 어렵고 승소하기 어려운 구조를 바꿔보자는 게 핵심이다.
유 의원은 "피해자들이 제대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되면 적극적으로 자기 권리 확보에 나설 것"이라며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는 억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역시 이미 국회 여야가 상법개정안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은 법안으로, 집단소송제와 함께 대표적인 재벌개혁안으로 꼽힌다.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한다는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 대해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지 않으면 법제도를 악용, 남용하는 사례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재벌들의 편법 상속과 증여를 철저히 감시하고 차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대기업 총수 일가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목적으로 개인회사를 설립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존 총수 일가 개인회사의 경우 그룹 내 타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금지할 예정이다.
유 의원은 "기업들이 필요하다면 총수들의 개인회사가 아닌 계열사를 만들어 법적으로 공정한 거래를 하면 된다"며 "내부거래로 총수일가 개인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을 금지시키는 조치"라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자칫 기업 계열사간 시너지를 내기 위한 내부거래까지 막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앞으로 기업 총수가 보유한 개인회사와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막는 것은 취지는 좋으나 기존 회사간 내부거래를 금하는 것은 기업에 또 다른 비용 부담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유 의원은 이날 발표한 재벌개혁공약을 시작으로 향후 경제정책으로 또 다른 재벌개혁안을 밝힐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