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놓고 월가와 주요 외신들은 차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가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만큼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이 아닌 데다 ‘미스터 칩’으로 통하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그룹 2인자로 꼽히는 최지성 부회장 등 브레인들이 건재하다는 주장이다.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또 삼성전자의 핵심 비즈니스가 스마트폰을 포함한 소비자 상품에 집중돼 있고, 이 부회장의 구속이 전세계 소비자들의 수요나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패트릭 무어헤드 대표는 17일(현지시각) CNBC와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이 좋지 않은 소식이라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며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그가 삼성 브랜드를 대표하는 세계적 인물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부회장이 전세계 소비자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거나 영향력 있는 인물이 아닌 데다 일상적인 실무에 깊이 관여하지도 않는 만큼 이번 구속에 따른 파장은 단기적인 측면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도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FT는 렉스칼럼을 통해 이 부회장의 구속에도 삼성전자의 비즈니스가 매끄럽게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 아이폰8의 스크린 납품을 포함한 주요 사업이 큰 차질 없이 이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 지난해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 폭발 스캔들을 단기간에 회복하고 4분기 이익을 50% 끌어올린 저력이 삼성전자를 지탱할 것이라는 기대다.
다만, 재벌 3세에게 닥친 불미스러운 일이 비즈니스 이외 다른 측면에서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대한 논란을 재점화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번스타인은 지난 2015년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단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포함한 그룹 재편성이 또 한 차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경제지 <포춘>은 이 부회장의 멘토로 통하는 삼성그룹 2인자 최지성 부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핵심 비즈니스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들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역할에 더욱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밖에 이부진 신라호텔 최고경영자의 그룹 지배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포춘>은 판단했다. 이부진 사장이 그룹 핵심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한국 재계 특성상 여성이 재벌 기업의 지배력을 쥐는 일이 흔치 않은 만큼 앞으로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는 의견이다.
한편 지난해 11월 발표한 삼성의 미국 자동차 전장 업체 하만 인수에 대해서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이날 <이코노미스트>는 최태원 SK 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자신의 지분을 0.02%에서 23%로 끌어올리는 합병을 추진한 사례가 있지만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