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보람·김규희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선고를 앞둔 가운데, 헌법학계는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치주의에 따른 국민주권주의 위반'은 명백한 탄핵사유가 될 수 있는 '헌법 위배'라는 게 이들의 견해다.
뉴스핌이 헌법학자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명의 학자들이 탄핵 인용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이 인용될 가능성은 거의 100%라고 생각한다"며 "헌법재판소가 정리한 5개 탄핵 소추사유 유형만 보더라도 해당되는 사유가 많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 중에서도 '인치주의에 따른 국민주권주의 위반'을 꼽았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판단에 영향을 준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위배 부분인 '국민주권주의' 위반이 주요 탄핵사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훈 상명대 공공인재학과 교수 역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주권주의 위반"이라고 말했다.
최순실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부터 주요 정책 자료, 인사 자료를 미리 받아보고 이에 영향을 끼친 점이 탄핵법정과, 최 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의 형사재판에서 드러나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이유다.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이 탄핵사유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박 대통령의 실정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주요 단서가 된다는 것이다.
임지봉 교수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라는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소명된 것"이라며 "뇌물은 준 사람이 있으면 받은 사람이 반드시 있다. 바로 그 '필요적 공범'이 박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가 입증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아울러 여론 역시 헌재의 최종 판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심경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리논쟁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근 여론을 보면 국민 80% 이상이 탄핵을 원하고 있다"며 "이들은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헌법 위반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생명권 보호 위반이나 언론자유 침해 등은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탄핵을 인용할 만한 주요 근거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여러 학자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박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탄핵 소추 사유를 법리적으로만 따졌을 때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관련 형사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도 기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파면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국회 소추위원 측 주장대로 단순히 헌법을 위반했다는 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며 "대통령 직을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의도적으로 헌법을 무시하거나 헌법의 원칙과 가치를 훼손하려고 한 정황이 포착돼야 하는데, 법리적으로 따져볼 때 박 대통령의 경우 그런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탄핵심판의 최종 결론은 박 대통령이 탄핵 소추사유에 해당하는 법률·헌법 위배 행위가 실제 있었는지와 실제 있었더라도 이 사유가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설문 참여자 ▲김용훈 상명대 공공인재학과 교수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박균성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경석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심경수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인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종훈 홍익대 법학과 교수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종익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