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겨레 기자] 삼성그룹이 지난해 말 단행했어야 할 사장단 인사를 하지 못해 그 여파가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 <사진=김학선 기자> |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사장단 및 임원급 인사를 이재용 부회장이 복귀하는 시점까지 미룰 예정이다.
삼성은 그동안 '사장단 인사→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직원 인사와 신규 채용' 순으로 진행했다. 삼성은 매년 적게는 250명에서 많게는 500여명 규모의 신규 임원을 배출하고 1만여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지 못해 올해 조직개편과 투자계획, 신입사원 공개채용까지 줄줄이 미뤄졌다. 오는 3월 부장급 이하 직원 인사만 임시로 시행할 예정이다.
삼성 계열사 관계자는 "임원 인사가 1년이 적체되면 그걸 전부 정상화 하는 데는 3~4년이 걸린다. 승진 대상자들이 연쇄적으로 누락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계열사별로 소폭의 조직개편은 있었지만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마친 계열사는 아직 없다. 사장직 유지가 모호한 상황에서 전문경영인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발화 사태에 대한 문책인사도 단행하지 못한 채 차기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8'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갤노트7 사태로 입은 손실은 4조원에 달한다.
갤노트7 결함 원인으로 지목된 배터리 제조사 삼성SDI의 상황도 비슷하다. 이 회사는 지난달 갤노트7 발화 원인 발표 시기에 맞춰 "최고경영자(CEO) 직속 안전관리센터를 설립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이 조직을 신설하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인사의 원칙은 '신상필벌'인데 지금은 상도 벌도 없는 상황"이라며 "일 못하는 사람들은 좌천될 걱정이 없고 반대로 일 잘하는 사람은 승진하거나 주요 보직을 맡지 못해 불만"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은 신입사원 채용 계획 미정으로 다른 대기업에 우수 인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동차 전자장치(전장) 사업을 비롯해 바이오 등 신수종 사업 경쟁력을 위한 인재 확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인사와 조직개편은 기업 경영의 기본"이라며 "한 해 경영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시급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과 관련한 오해는 사법 절차를 통해 신속히 해소되길 바란다"며 빠른 시일 내 이 부회장의 구속수사가 마무리되기를 촉구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경쟁의 최일선에 있는 국내 대표기업의 경영 공백이 우려된다"며 "수사가 최대한 신속하게 진해되고 매듭지어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겨레 기자 (re97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