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함지현 기자] 롯데그룹이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인사를 단행했다. 키워드는 '경영 쇄신'으로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발표한 경영 혁신안의 내용이 대거 반영됐다.
이번 조직개편 및 인사는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이뤄진 사실상 첫 개편이라는 점에서 향후 그가 그리고 있는 '뉴롯데'의 청사진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2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정책본부를 '경영혁신실'과 '컴플라이언스위원회(준법경영위원회)'라는 2개 큰 축으로 나눴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정책본부는 지난 2004년 10월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방지하는 등 그룹의 조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대대적인 검찰 조사를 받으며 비자금과 관련된 혐의를 받는 등 생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겨나자 이같은 대규모 개편의 대상이 됐다.
먼저 경영혁신실은 그룹의 사업을 주도하는 조직으로 가치경영팀·재무혁신팀·커뮤니케이션팀·HR혁신팀 등 4개 팀으로 구성된다. 신 회장은 그룹의 2인자로 꼽히는 황각규 사장에게 조직 개편 후 첫 경영혁신실장을 맡기며 신뢰를 보였다.
황 사장은 롯데케미칼로 입사한 후 1995년부터 그룹에서 신규 사업 및 M&A, 해외사업을 담당하면서 롯데의 비약적인 성장과 변화를 주도해 왔다. 2014년부터는 정책본부 운영실장으로 그룹 전반에 대한 경영 관리를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옴니채널 구축과 인공지능(AI) 도입 등 그룹의 혁신적인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준법경영 및 법무, 감사기능을 수행하게 된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컴플라이언스 관련 규칙과 정책을 수립하며, 각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행을 주도하게 된다.
아직까지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누가 맡게될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위원회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신 회장의 의지다.
정책본부가 재편되면서 기존에 7실, 17팀, 200여 명의 직원들로 구성됐던 정책본부는 기존의 70% 수준인 140여 명으로 축소된다.
신 회장은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4개 BU(Business Unit)의 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BU는 유통, 화학, 식품, 호텔 및 기타 등 4개 분야 계열사들의 협의체로 구성되며,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을 위해 관계 계열사들 공동의 전략 수립과 국내외 사업 추진 및 시너지를 높이는 업무에 주력한다.
이는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조하는 것이자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지주회사 전환의 사전 단계라는 게 롯데그룹측 설명이다. 단, 금산분리원칙을 고려해 금융사 등은 BU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화학 BU장은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맡는다. 허 사장은 롯데대산유화와 케이피케미칼,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을 역임한 화학 부문 전문가다. 식품 BU장으로는 이재혁 롯데칠성음료 사장이 임명됐다. 이 사장은 롯데리아 대표이사와 롯데정책본부 운영실장 등을 역임했었다.
유통 BU장과 호텔 및 기타 BU장은 오는 22일, 23일 이사회 이후 알려질 예정이지만, 이원준 롯데백화점 사장과 송용덕 호텔롯데 사장이 각각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경영쇄신 의지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며 "그간 외형확대에 집중했던 기조에서 벗어나 질적성장으로 전환하고 도덕성과 준법경영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3개월 간 진행된 맥킨지 컨설팅 및 내·외부 인사의 다양한 의견을 참고해 과감한 본부 축소, 계열사 책임경영 지향,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를 쇄신안의 주요 골자로 삼고 이번 인사에 반영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