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성상우 기자] '두번째 세기의 대결' 인간과 인공지능의 번역 대결에서 인간이 판정승을 거뒀다.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감정과 정서를 바탕으로 한 '뉘앙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번역 분야에서는 인간이 인공지능을 앞섰다. 다만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는 머신러닝이 상황에 맞는 관용어구, 뉘앙스를 고려한 의역 등을 지속적으로 학습함에 따라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잡을 날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국제통역번역협회와 세종대학교, 세종사이버대학교가 주최한 '인간 대 인공지능(AI) 번역대결'이 21일 오후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열렸다. 네이버 번역기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 시스트란 번역기 등 인공지능 3종과 인간 번역사 4명이 대결 당사자로 나섰다.
약 1시간의 대결과 90분여의 평가 과정을 거쳐 판정단은 인간의 손을 들어줬다. 평가위원회는 인간 번역사의 번역 점수가 "월등히 높았다"고 발표했다. 30점 만점에 인간 번역사의 평균점수는 25점 내외로 나타났고 번역기 3종은 '1중 2약'의 구도를 형성했다.
1중의 평균점수는 15점 내외, 2약의 평균 점수는 10점 미만이다. 각 점수에 해당하는 번역기 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로 출제된 지문은 김세령 작가의 수필집 '길위의 이야기' 등 그동안 한번도 인터넷상에서 번역된 적이 없는 지문으로 선별했다.
인간 번역사 4명이 번역을 하고 있다. <사진=성상우 기자> |
평가위원장을 맡은 곽중철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대결로 번역만큼은 인공지능이 정복하지 못한 분야임이 확실해졌다"며 "인간의 번역에는 감정과 정서, 분노, 슬픔 등이 녹아있다. 영혼이 없는 인공지능이 이를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스스로 교정하는 인간에 비해 교정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점은 인공지능의 맹점"이라고 덧붙였다.
대결은 인간 번역사가 50분 일찍 번역을 시작하고 그 후 인공지능이 10분간 번역을 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대결 영역은 문학 분야의 영한과 한영 번역, 비문학 분야의 영한과 한영 번역 등 총 4가지 영역이다. 인간 번역사들의 신상 정보는 비공개 상태에서 진행됐다.
이번 대결에서 '번역 시간'은 평가기준에서 제외됐다. 평가기준은 원문 이해 능력, 표현의 적절성, 논리성, 가독성 등 6개 항목이다. 항목당 5점씩 30점 만점 기준이다.
허명수 한동대 교수는 "원문의 심층 의미까지 이해하는 능력과 어법에 맞고 적절한 어휘를 선택했는지 여부, 내용이 논리적인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번역에서 아직은 인공지능의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신석환 솔트룩스 부사장은 "인공지능 번역기는 인간의 85% 수준으로 보면 된다"며 "정량적 비교는 어렵지만 번역은 섬세함과 의역이 필요한 부분이므로 인간이 더 정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동익 국제통번역협회 회장 역시 "속도면에선 인공지능이 압도적이지만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뉘앙스까지 전달되는 자연스러운 번역은 아직 인간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결에선 인간이 이겼지만 인공지능의 발전가능성은 여전히 무한하다. 번역의 '정확성' 측면에서 진 것이지 번역 속도와 번역 가능 범위 등에선 인공지능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이다. 파파고는 영어·중국어뿐만 아니라 일본어·스페인어·프랑스어 등 주요 언어들에 대해 인공신경망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며 구글 번역기는 3개 언어간 교차 번역까지 실현시켰다.
곽은주 세종대 교수는 "이번 대결은 인간과 기계의 대결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의 만남으로 바라봤으면 한다"라며 "인간과 인공지능을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입력자들이 인공지능 번역기에 번역 지문을 입력하고 있다. <사진=성상우 기자> |
[뉴스핌 Newspim] 성상우 기자 (swse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