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 가운데서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했던 이스라엘 주식시장이 상승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배경은 트럼프 트레이드. 미국이 국가 보안 관련 정부 지출을 대폭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스라엘의 관련 종목이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 투자자들의 베팅이 활발하다.
사이버 보안부터 멕시코와 인접한 남부 국경 지대의 장벽 건설까지 이스라엘 기업의 수익성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멕시코 국경 <출처=블룸버그> |
특히 미국에 자회사를 두고 있거나 미국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한 기업들이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이스라엘의 방산업체인 엘비트 시스템스와 마갈 시큐리티 시스템스, 테크 포인트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 등이 꼽힌다.
이들 종목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한 뒤 일제히 강한 주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특히 마갈은 미국 대선 이후 60% 폭등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국경과 전력 시설 및 공항, 항구, 교도소 등에서 널리 이용되는 보안 센서와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마갈은 멕시코 장벽 건설 수혜주로 급부상했다.
장벽 건설 비용이 총 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사자’가 봇물을 이룬 것.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는 이스라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승 열기가 뜨겁다.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블루스타 이스라엘 테크놀로지 ETF가 지난해 대선 이후 13% 급등했다.
블루스타 인덱스의 스티븐 숀펠드 대표는 CNBC와 인터뷰에서 “투자 세계에서 콘셉트는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새로운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는 상품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후로 국내외 특정 기업에 대한 적대적인 트윗이 주가를 강타한 데 반해 이스라엘 기업들은 커다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소위 ‘아메리카 퍼스트’가 오히려 수혜가 된 셈.
미국은 이스라엘의 최대 교역 파트너다. 지난해 양국의 무역 규모는 257억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이스라엘의 대미 수출이 67%에 달했다.
또 우주 항공과 국방, 군산업 수출 규모가 이스라엘의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로 파악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수 주일 이내로 의회에 국방비 예산 확대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이 같은 움직임은 이스라엘의 관련 종목을 들썩이게 하고 있다.
사고트 증권의 일라니트 셔프 애널리스트는 C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보안 관련 예산 확대로 인해 엘비트의 연 매출액이 5~6% 늘어날 것”이라며 “기존의 성장률인 2~4%에 비해 최대 3배 뛸 수 있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이버 보안 자문관을 맡고 있는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사이버 보안 협력에 대해 논의하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보안 관련 업체는 450여개에 이른다. 지난해 78개 신생 업체가 투자자들로부터 6억6000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했다.
한편 일부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불확실성이 이스라엘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흠집을 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