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진성 기자] "국민연금 550조원을 책임지는 고급 운용인력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공단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신뢰도가 바닥을 치면서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기도 버겁다."
최근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푸념이다. 독립이 보장되어야 할 기금운용에 청와대와 정부 등의 입김이 심해지면서 허탈해 하는 운용인력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 오는 25일부터는 전주로 짐을 옮겨야 해서다. 전주 이전으로 운용인력 약 20여명이 이미 사직했거나, 조만간 기금운용본부를 떠날 예정이다.
22일 국민연금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의 기금운용본부가 오는 25일부터 전북 전주로 이전하게 되면서 운용직의 대거 이탈이 우려된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의혹이 불거지면서 운용인력 약 30여명이 퇴직한 이래 또 한번의 퇴직 움직임이 불거진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뉴스핌 DB> |
국민연금은 핵심인력인 운용직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기본급을 10% 인상하고, 성과급 지급률을 높이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의도 증권가로 이직할 경우 기금운용본부 운용직들이 받는 임금은 현 임금대비 최소 1.5배 이상 수준일 뿐더러, 현 거주지를 떠나지 않아도 되는 등 실생활은 더 풍족해진다.
그동안 운용직들은 여의도 증권가 대비 낮은 임금에도 불구하고, 국민 노후를 책임진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국민연금이 연루되면서 신뢰가 바닥을 친 마당에 남아있을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전주로 이전하게 되면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 문제를 비롯해 서울로 오가는 교통비, 주거비, 자녀 교육 등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이탈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약 550조원의 국민연금을 운용하면서 수익을 통해 국민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인력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전문성을 고려했을 때 빈자리를 대체할 만한 인력을 단 시간에 찾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지난해 강민욱 기금운용본부장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직을 표명한 직원들과 1:1면담을 가지는 등 붙잡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효과는 미진했다.
복지부와 국민연금은 오는 28일로 예정된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추가 대책을 보고할 계획이지만,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로 논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운용직들의 대거 이탈이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면서 "다만 전주로 이전하더라도 기금운용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진성 기자 (jin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