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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해빙'

기사등록 : 2017-03-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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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장주연 기자] 한 때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지역에 들어선 경기도 한 신도시. 병원 도산 후 이혼한 내과 의사 승훈(조진웅)은 이곳에 위치한 선배 병원에 취직, 치매 아버지 정노인(신구)을 모시며 정육 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의 건물에 세를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수면내시경을 하던 정노인은 가수면 상태에서 살인을 고백한다. 때마침 조용했던 도시에 다시 살인사건 일어나고, 승훈을 만나러 왔던 전처(윤세라)가 실종된다.

얼음이 녹는다는 뜻의 해빙. 영화 ‘해빙’은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면서 수면 아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장르는 심리 스릴러. 말 그대로 스릴러에 심리를 더했다. 때문에 ‘해빙’은 여느 스릴러 작품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연쇄살인마를 잡는 추격전이 아닌 승훈의 시선을 따라 그의 심리를 쫓아가는 데 방점을 찍은 것. 신선한 지점이다. 

물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릴러적 재미도 챙겼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확신하는 순간, 또 한 번 함정에 빠지게 된다. 관객은 묘한 쾌감을 맛보게 되고, 중반부 늘어졌던 이야기는 다시 꽉 조인 채 막을 내린다. 보통의 스릴러 작품과 달리 명쾌하고 또렷한 결말을 취하고 있다는 점 역시 새롭다. 해석의 여지는 없다. 깔아뒀던 복선들을 모두 거두며, 복잡하게 섞인 큐브는 순식간에 제자리를 찾는다.

결말만큼 메시지는 명확하다. 영화는 살인사건의 악몽이 덮친 신도시, 추락하는 중상층을 통해 빠르게 산업화하면서 우리가 해결하지 않고 급히 묻어버린 것, 그것이 어떻게 돌아와 값을 치르게 하는지 보여준다. 결국 ‘해빙’은 현 대한민국의 폐단을 신도시에 축소해 담았다. 

배우들의 열연은 역시나 돋보인다. 조진웅은 양극단에 선 두 얼굴의 승훈의 섬세하게 그려냈다. 신구와 김대명은 정노인과 성근을 의문스러운 캐릭터로 완벽하게 빚었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캔디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이청아의 변신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는 비밀을 감춘 토박이 간호조무사 미연을 연기했다.

‘4인용 식탁’(2003)로 시체스영화제 신인감독상인 시민케인상을 수상한 이수연 감독의 작품이다. 3월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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