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이 그룹 콘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를 단행했다. 표면적으로는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 안팎으로는 이번 해체가 충분한 준비 없이 이뤄져 경영 차질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은 28일 브리핑을 통해 "미래전략실을 완전히 해체하고 최지성 실장, 장충기 실차장(사장)을 비롯한 팀장들은 전원 사임(퇴사)하며 다른 임직원들은 원소속회사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또 "삼성은 (매주 열리던) 수요 사장단회의도 폐지한다"고 전했다. 이로써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시대부터 이어져 온 삼성 컨트롤타워는 58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앞서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은 미전실을 없애겠다고 공언했고 삼성은 이 약속대로 해체를 준비해왔다.
하지만 삼성은 채 준비를 마치기도 전에 미전실 해체를 발표했다. 미래전략실 해체 후속조치를 계열사별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계열사의 차장급 직원은 "계열사 이사회 중심 자율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된 건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당장 다음달에 주총을 통해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되는 곳도 있지 않는가"라고 우려했다.
미전실 해체 후속조치 중 가장 시급한 것은 3개월째 지연된 사장단 및 임원인사다. 그동안 미래전략실 인사팀에서 조율했던 인사를 이제 계열사별로 알아서 해야 하는데 평가 기준조차 아직 확정된 게 없는 상태다.
삼성 안팎으로는 또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규모 M&A 등 그룹차원에서 담당했던 현안은 사실상 진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M&A는 미전실 전략팀이 조율해 왔기에 삼성벤처투자 등을 통한 투자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계열사 간 주도권 다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완제품 계열사와 부품 계열사 간에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데 그룹차원의 업무조정이 없으면 투자 결정 등에 엇박자가 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GE의 경우 전사지원조직을 통해 법무·인사·재무·사업개발 등과 관련해 각 계열사들을 지원한다.
하지만 GE도 그룹 차원의 핵심 결정은 지주회사에서 내린다. 삼성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검토해 왔으나 총수 구속과 미전실 해체로 당분간 실행이 어려워졌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에 걸림돌이 되는 법안들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더 그렇다.
재계는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로 삼성에 대한 반기업 정서가 확산됐고 결국 급박하게 미전실 해체를 단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미전실 해체를 주장했던 경제개혁연대도 미전실 해체가 정답이 아니다라는 논평을 내놨다. 연대는 대 투명한 조직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지 없애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연대는 "삼성전자의 경쟁우위 요소 중 하나가 수직계열화 체제라는 것은 일반적 상식인데 이들 계열사가 아무런 조정 기능 없이 독립 경영하는 상황은 상상할 수 없다"며 "과잉설비 압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삼성물산 건설부문) 등이 독자적으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융그룹 통합감독 체계 도입이 예정돼 있는 현 시점에서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들이 독자 경영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며 "그룹이 존재하는 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필수"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