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홍성현 기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제공을 결정한 롯데그룹이 중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의 비난과 위협에 이어 중국 누리꾼들의 반한 정서와 롯데제품 보이콧 움직임도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다.
<사진=중국 청년보(青年報)> |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언론은 연일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고, 중국 소비자들은 인터넷 댓글 등을 통해 이에 적극 동조하는 모양새다. 1일 중국 청년보(中國青年報)는 롯데그룹의 사드 부지 제공 결정 다음날인 지난 28일 불매운동으로 텅 비어있는 중국 내 롯데백화점의 내부 모습을 사진과 함께 집중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은 “지금 롯데 매장에 가는 게 이상한 일” “롯데 제품 팔아주는 중국인은 XXX다” “롯데 가는 사람은 본인 가슴에 미사일을 쏘는 것과 다름없다”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드 부지 제공 결정 후 중국 롯데 공식 웨이보는 중국 누리꾼들의 격렬한 비난의 글로 도배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업체들에 대해서도 게시된 롯데제품을 내리라는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에 못이겨 결국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JD닷컴)은 롯데마트관 폐쇄를 결정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타오바오(淘寶)는 지난 1월 이미 롯데관 운영을 중단한 상태며, 현재 롯데그룹 중국 홈페이지는 해커 공격으로 접속이 안되고 있다.
롯데 제품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 현대 등 중국에 진출한 다른 한국 기업들의 중국영업에도 피해가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형국이다. 중국 삼성의 한 관계자는 롯데에 대한 중국의 압박이 심해지고 있고, 소비자들의 반한 정서도 짙어지고 있다며 이번 사태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 불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중국 누리꾼들이 롯데 제품으로 오인한 오리온 초코파이(好麗友) <사진=바이두> |
중국 시장에서 ‘하오리유(好麗友)’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오리온 초코파이. 중국 일부 매체들이 오리온 초코파이를 롯데 그룹 산하 제품으로 보도한 후 중국 누리꾼들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에 28일 밤 오리온 측은 성명을 통해 “하오리유와 롯데그룹은 어떠한 관계도 없다”고 밝히며 중국 소비자들이 오해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롯데와 유사한 제품(초코파이)을 판매하는 데서 빚어진 해프닝이었다.
일본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樂天市场)’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롯데(樂天)와 같은 한자를 사용해 중문명칭이 매우 흡사하다 보니 중국 소비자들이 이를 롯데 계열사로 오인한 것. 이에 라쿠텐측은 웨이보 등 SNS를 통해 “라쿠텐은 1997년 설립된 일본 전자상거래업체로 롯데그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표명, 오해를 푸느라 진땀을 흘렸다.
중국 매체들은 사드 배치에 대해 연일 격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고 위협도 점점 강도를 더하고 있다.
지난 28일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 국제전문지 환구시보는 “한국의 사드 배치 결정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중국과 한국의 우호관계를 배반하고 미국의 중국 압박에 가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통신사 신화통신은 “중국은 사드 배치 앞잡이가 된 롯데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강한 표현을 사용해 보도했다. 인민일보의 소셜미디어 매체인 `협객도(俠客島)`는 "중한 관계가 준(準) 단교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남대 유호림 교수는 "중국 시진핑 지도부가 사드문제를 정권적 차원의 중대 문제로 규정하고 있다"며 "갈수록 공세 수위를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 디이황진왕(第一黃金網)는 “한국이 사드 배치를 고집하는 것은 자멸의 길”, “중국에 대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 이라고 밝히는 등 다소 위협적인 발언을 내놨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지난 27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은 변함이 없고, 중국의 안보이익 수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수반되는 모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2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 롯데 그룹에 징벌적 조치를 취할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시장에서 외국기업의 성공여부는 중국 소비자들이 결정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대답을 내놓았다.
[뉴스핌 Newspim] 홍성현 기자 (hyun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