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상희 기자] 올해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추진할 경제, 사회, 국방, 외교정책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올해 중국의 정책 방향은 '온중구진(穩中求進·안정 속 발전)'을 핵심 기조로 경제성장률 확대보다는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부동산 거품과 부채 리스크 방지를 중심으로 한 '경제안정'에 집중됐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2기 5차 회의 개막식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 정도로 확정하고, 실제 업무에서 더 좋은 결과를 달성하도록 하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는 앞서 주요 경제기관과 투자은행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치와는 일치하나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였던 6.5∼7%보다는 소폭 하향조정된 수준이다. 지난해 중국은 21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특정 수치 대신 구간대인 6.5∼7.0%로 제시했고, 6.7%를 달성했다. 2015년 6.9%에 이어, 지난해 6.7%, 올해도 6.5%의 목표치를 제시하면서 중국의 바오치(保七·성장률 7%대를 지킨다) 시대가 종식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5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12기 5차 회의 개막식에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
올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목표치는 지난해와 동일한 3% 정도로 제시했다. 고정자산투자와 소매판매는 각각 9%와 1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도시실업률은 4.5% 이내로 통제하고, 도시 신규 취업목표는 1100만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는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태) 사회 건설 목표와 구조개혁 추진에 대한 수요를 고려한 수치로 풀이된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한 안정적 성장에도 방점이 찍혔다. 올해 재정적자율은 지난해와 동일한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로 유지했다. 이로써 올해 전체 재정적자 규모는 전년대비 2000억위안 늘어난 2조3800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적절한 수준의 재정지출 카드를 활용해 안정적 성장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중 통화공급량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 증가율은 12%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의 13%보다 1%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통화정책의 ‘온건중립’ 기조 하에 시중 유동성 긴축 움직임을 이어가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금융리스크와 부채 방지에도 주력할 전망이다. 리 총리는 종합적 통화정책 수단을 통해 안정적 유동성과 합리적인 시장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금융자원이 실물경제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삼농(三農: 농업·농민·농촌)과 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레버리지(부채비율) 축소 움직임 하에 특히, 기업의 부채비율 축소를 최대 중점 사안으로 처리할 전망이다.
과잉생산 업종을 중심으로 한 공급측 구조개혁 움직임도 확대된다. 올해 중국 정부는 공급측 구조개혁의 핵심 사안인 공급과잉 해소(去產能)를 위해 석탄 생산능력을 1억5000만톤, 철강 생산능력을 5000만톤, 화력발전의 생산능력을 5000만 킬로와트(KW) 줄이기로 했다.
민생여건과 사회보장 개선에 나선다. 우선 '건강한 중국 건설'을 목표로 도시와 농촌 주민의 의료보험에 대한 재정보조금을 연간 1인당 420위안에서 450위안으로 증액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의료보험정보 네트워크망을 확대하고, 의료보험 타지청구 서비스의 실현에도 속도를 낸다. 아울러 퇴직자들을 위한 기본양로금 확대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취업과 창업을 확대해 1100만개 신규 일자리를 늘리고, 동등한 양질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올해는 그간 통상적으로 리 총리가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공개했던 국방예산액 규모를 제시하지 않아 주목된다. 전날 푸잉(傅瑩) 전인대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국방비 예산이 7% 수준이 될 것이라며 대략적인 증가율만 밝힌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 국방비는 전년보다 668억위안 늘어난 1조208억위안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상 처음으로 국방비 예산 1조시대가 열렸지만, 2년 연속 한자릿수 증액에 그쳤다.
중국은 국방예산을 2011년 12.7%, 2012년 11.2%, 2013년 10.7%, 2014년 12.2%, 2015년 10.1%로 두 자릿수로 증액하다 지난해에는 6년만에 7.6%의 한 자릿수 증액으로 둔화됐다. 최근 미국이 내년 국방비 예산을 10%나 증액하면서, 미국과 첨예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또한 국방비를 두 자릿수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뉴스핌 Newspim] 배상희 기자(b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