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최유리 기자]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국내 전자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산을 대체하기 힘든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계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반면 소비자 심리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는 스마트폰·가전 업체의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칩 사진 <출처=블룸버그통신> |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드 배치로 산업계 전반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산 고사양 제품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지가 공고하다. 스마트폰과 서버 등에 들어가는 고사양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지만 아직 중국 업체들의 기술 경쟁력이 높지 않아서다. 사드 압박이 반도체 업계로 번질 경우 한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중국 업체가 되려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에 속도를 올리면서 메모리반도체인 D램 수요가 늘고 있다. 화웨이에 이어 비보, 오포 등이 앞다퉈 6기가바이트(GB) 램을 탑재하는 등 고사양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상무는 "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요의 60%는 한국이, 나머지 40%는 미국과 일본에 의존한다"며 "한국과 미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분석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이 기술적 격차를 좁히려면 적어도 3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다르지 않다. 프리미엄 TV나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패널은 한국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공급선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글로벌 수요 증가로 물량 확보 경쟁도 높아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홍보팀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팔지 않으면 당장 중국업체가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다"며 "특히 지난해 8월부터 패널 가격이 20~30% 상승해 먼저 물량을 받으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중국의 사드배치 보복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에서 오성홍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반면 스마트폰, 가전 등 완제품 제조사들은 사드 영향에 긴장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이미 중국 브랜드가 자국 내 점유율을 높이고 있어 사드로 인한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자칫 반한 감정이 불매운동 등으로 번지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중국 일부 언론에서는 "자동차나 스마트폰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이 한국 브랜드를 제외할 수 있다"고 보도하며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해 "일단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걱정이 되긴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 역시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부품업계의 시름도 깊다. 지난해 배터리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삼성SDI의 경우 이미 현지 생산 가동률이 떨어졌다. 여기에 사드 영향으로 향후 심사 일정 자체가 안갯속이다. 이에 유럽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중국 내에서도 보조금과 관련 없는 저속 물류차 등으로 공급처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으로 사드 우려가 번지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은 유통·관광업에 타격이 있지만 불매 운동이 이어지면 다른 산업으로 영향이 전파될 수 있다"며 "이번 사태를 위기이자 기회로 삼아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가로 산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