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은빈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3월 금리인상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에서, 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인상속도로 쏠리고 있다. 연준이 연내 3회 이상 인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사진=블룸버그> |
◆ 3회 이상? 연준 인상속도 빨라지나 시장 우려
오는 14~15일(현지시각) 열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금리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연준 고위인사들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이 잇따르면서, 지난달 말 30%정도였던 3월 중 기준금리인상 확률은 80%를 넘어섰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3월을 넘어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연준이 연내 3번 이상의 금리인상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전까지 시장의 컨센서스는 2회 인상에 맞춰져있었다.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 간의 시차를 살펴보면 이런 우려가 나오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연준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년 12월 금리를 0~0.25%로 낮춘 뒤, 2015년 12월과 2016년 12월에 각각 한차례씩 금리를 올리는 데 그쳤다. 하지만 3월 금리인상이 실현되면 1년의 텀이 3개월로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연말에 단절적으로 인상하던 연준이 3개월 만에 인상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시장이 연준의 속도를 우려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 미국 경기 살펴보면 2회가 합리적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3회 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붙은 ‘물음표’가 가장 큰 이유다.
김상훈 KB금융 수석연구원은 “연준위원들이 3회 인상을 말하지만 그건 트럼프의 재정정책이 현실화됐을 경우를 고려한 것이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어떻게 될 지 확인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이 의회승인을 받는 건 8월이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3차례 이상이 되려면 미국 경제가 계속 좋아지는 모습이 확인돼야 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 모습이 연말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게 전제"라면서 "8월이 의회승인인 이상 2분기에 접어들면 모멘텀이 약해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현재 미국의 경제여건이 2회 이상을 버티긴 힘들다는 지적도 2회 인상론에 힘을 싣는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가 확장세인 것은 맞지만 3~4차례의 금리인상을 견딜 수준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6일 발표된 무역지표 등 GDP를 전망할 수 있는 지표들은 우하향하는 모습이다”라고 대답했다.
한 시중은행 딜러도 “연준이 테이퍼링 이후 꾸준히 온건하게(modest)하게 금리인상을 하겠다고 얘기해온 걸로 봐선 2회가 합리적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 2회 인상이면 한국 견딜만..3회 대응방안 필요
연준이 연내 2회 인상을 할 경우, 미국의 금리 상단(1.00~1.25%)이 한국의 기준금리(1.25%)와 같아진다. 3회 인상을 한다면 역전이 된다.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연내 2회 인상 속도로는 한국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준의 2회 인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선반영 돼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상훈 연구원은 “2004년엔 오히려 미국과 금리차가 역전된 적도 있지 않았나”라며 “금리차가 자본유출을 결정하는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3회 이상’ 인상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3월 FOMC에서 점도표가 지난 12월보다 올라간다면, 올해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들의 재투자 여부가 관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시장의 관심은 2018년 만기도래 채권에 가있지만, 올 하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부터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는 것.
한국은행도 미 금리인상과 관련된 리스크 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6일 이주열 총재는 임원회의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대응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주변 여건이 변화하고 있으니 갖고 있는 컨틴전시 플랜을 다시 한 번 점검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컨틴전시 플랜은 지난 미 대선 이후 한은이 취했던 시장 안정 방안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국채를 매입하고, 통안증권 발행물량을 조정하는 등의 대책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이주열 총재가 6일 임원회의에서 ‘통화정책에 영향을 주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했는데, 이는 한 번쯤 연내 인상을 생각해봐야 하는 단계가 아닌가 하는 얘기로도 들렸다”고 짚었다.
[뉴스핌Newspim] 김은빈 기자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