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오전 11시22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울려퍼진 이 한마디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새로 쓰게 만들었다. 헌정사(憲政史)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파면)된 운명의 날. '대통령 박근혜'는 헌법의 심판 아래 스러져 '자연인 박근혜'로 돌아왔다.
그동안 촛불의 불길은 태극기 물결을 압도하기도 했다. 태극기 바람은 촛불을 꺼지게도 했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매주 토요일이면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해 10월29일,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1차 범국민행동의 날'(촛불집회)이 열렸다. 성난 시민들은 '차가운 곳'에서 '작은 횃불'을 들고 '뜨거운 함성'으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처음 3만개로 시작한 촛불은, 지난해 11월12일 광화문광장 3차 집회에서 100만개를 넘어섰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전 주말인 지난해 12월3일 6차 집회는 전국 200만개의 촛불로 번져나갔으며, 그렇게 최근 연인원 누적 '1500만 촛불'을 돌파했다.
'촛불'의 불길이 거세지자 '맞불'이 놓였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친박단체들은 지난해 11월19일 1차 집회를 열였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 1만명은 '태극기'를 들고서 서울역광장에 모였다. 이후 맞불집회는 태극기집회로 불렸다.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인 지난해 12월11일, 박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연합 단체 '탄기국'(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 출범했다. 이후 헌법재판소 앞, 서울역광장, 덕수궁 대한문 앞 등지에서 태극기는 "탄핵 기각, 탄핵 각하"의 함성과 함께 일렁였다.
'촛불의 불길'이 번지던 서울 거리 곳곳은 그렇게 '태극기의 물결'도 뒤섞였다. 하루하루 혼란은 심해지고 한국사회는 탄핵 찬반으로 두동강났다. 그리고 오늘, 헌재는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했다.
하지만 촛불과 태극기는 아직 끝이 아니다. 이날 헌재 앞은 탄핵 결정을 환영하는 촛불이 있는가 하면, "불복한다. 아스팔트가 피로 물들 것"이라는 태극기 집회 참석자들의 외침이 이어지고 있다. 살벌한 대치다. 내일 11일에도 양 측은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뉴스핌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역사 위에 아슬아슬 공존했던 '촛불'과 '태극기'의 기록을 살펴봤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