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연순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본점 6층에서 닷새째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회장, 은행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등 잇따른 CEO 교체인사에 따른 자연스런 과정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 회장 내정자는 오는 23일(주주총회) 공식 취임을 앞두고 신한은행 본점 6층 임원 회의실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여기서 인수인계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위 행장이 지난 7일 취임함과 동시에 행장 집무실을 내준 것. 위 행장의 집무실 역시 6층이다.
(사진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와 위성호 신한은행장. <사진=신한지주, 신한은행> |
우연찮게도 조 내정자와 위 행장이 같은 층에서 집무를 보게 된 셈이다. 이 같은 상황은 연쇄적으로 계열사 CEO 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당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신한은행장으로 내정됐고, 이후 지난 6일엔 신한카드와 신한금투 후임 사장 내정을 포함한 계열사 CEO 인사가 연쇄적으로 단행됐다. 이 과정에서 위 행장의 취임이 좀 더 앞당겨지게 됐다.
신한금융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에 회장과 은행장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바뀌는 것은 처음"이라며 "조 내정자가 행장 업무를 수행하면서 (회장) 업무을 파악하기 부담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차기 행장이 좀 더 빠르게 취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신한금융 관계자는 "내정자 신분에서 전체 금융지주 업무도 파악해야 하고 연쇄적으로 계열사 CEO가 바뀌는 상황"이라며 "경영 공백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고 촘촘하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일 신한카드와 신한은행은 동시에 주주총회를 열고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시간차를 두고 연이어 취임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조 내정자와 위 행장은 같은 층에서 집무를 보면서 현안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일각에선 위성호 행장의 내정과 취임과정에서 신한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들이 나온 바 있다. 조 회장 내정자와 위 행장이 내부에서 회장, 은행장 등 이미 여러차례 경쟁을 했다는 점에서 자칫 불화의 단초가 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이를 의식한 후 위 행장은 취임과 동시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갈등에 대한 염려가 없게 할 자신이 있고, 염려대로 얘기가 나온다면 전적으로 제가 잘못한 것"이라고 몸을 낮추면서 "조용병 회장 (내정자)과는 언제든지 서로 대화를 할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동시에 "더 조심하고, 배려하고, 역할을 충실히하고, 다시한번 상기하도록 하겠다"며 여러차례 강조했다.
열흘 후면 '조 회장-위 행장'의 신한 최강팀이 공식 취임한다. 한동우 회장은 위 행장 단독 추천 직후 "은퇴하는 사람은 후임자를 잘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조용병 내정자와 위 행장 후보자는 신한이 구성할 수 있는 최강의 팀"이라고 했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신한사태가 6년 여의 법적다툼 끝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되면서 향후 신한문화를 이끌 '조 회장-위 행장' 팀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 보름 동안 이어질 조 회장과 위 행장의 '의미있는 동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조용병 회장 내정자는 취임을 앞두고 한동우 회장과 얘기를 많이 나누고 있다"면서도 "위 행장과 같은 층에 있다 보니 협의를 진행할 기회가 많아진 것 역시 사실"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