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브렉시트(Brexit) 이후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근거지를 옮기는 금융기관들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개별 국가들이 뒤에서 조세감면 등 개별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글로벌 보험종합그룹인 AIG가 런던에서 룩셈부르크로 본점을 이동키로 하자, 아일랜드가 발끈하면서 룩셈부르크가 개별적인 밀약을 맺고 있다며 공식적인 불만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금융기관이 명목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를 두고 33.0%인 룩셈부르크를 택한 데는 이런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15일 자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지 등은 아일랜드가 브렉시트 이후 런던에서 옮겨갈 본점 소재지를 두고 유럽국가들이 개별적인 감세안을 제시하는 데 불만을 표시한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영국을 떠나 유럽연합내 새로운 근거지를 찾는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회원국들이 감세 등 각종 인센티브를 개별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 글로벌 보험종합그룹 AIG가 지난주에 런던에서 룩셈부르크로 본점 소재지를 옮기기로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앞서 아일랜드 금융부 장관 오이간 머피(Eoghan Murphy)는 지난 1일 EC에 불만사항을 접수하면서 룩셈부르크가 '규제 장사'(Regulatory Arbitrage)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피는 "EU 회원국들이 금융기관들에게 유럽 단일시장 진입요건 완화 등 뒷문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정보를 많이 듣고 있다"고 불평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 금융회사에겐 '감독권 행사' 중요... 세율 등은 부차적
머피의 주장에 대해 룩셈부르크에 금융기관 유치를 담당하는 당국의 니콜라스 마켈(Nicolas Mackel)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아일랜드가 쓰라린 패배자가 될 줄은 몰랐다"며 "AIG와 같은 다국적 금융기관이 룩셈부르크를 본점 소재지로 택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된 경제 상황이라든지 지리적 위치, 다언어 영업환경 등의 요인들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룩셈부르크와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각각 33.0%와 12.5%다. 이것만 보면 룩셈부르크가 훨씬 불리하다. 하지만 AIG는 룩셈부르크를 선택한 것이다. 세금 등이 부차적인 변수이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머피는 EU 내에서 금융규제가 일관성 있게 같은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개별국가의 당국이 암암리에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브뤼셀에 있는 유럽정책연구센터(CEPS)의 카렐 라누(Karel Lannoo)소장은 "법률적 쟁의의 여지는 없다"면서 "자국의 규제에 대해 그것을 유럽연합 기준보다 더 높게 설정하는 것은 개별국가의 재량"이라고 설명했다.
아일랜드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보험업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법률회사 슬로터앤메이(Slaughter&May)의 파트너 올리버 바레엄(Oliver Wareham)은 "아일랜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지만, 중앙은행은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엄격하다"고 말했다.
앞의 카렐 라누는 "이번 AIG의 결정은 전적으로 감독(Supervision)권 행사에 달렸다"며 "보험이나 펀드의 경우 유럽연합에서는 거의 동일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감독권행사에서는 아직은 개별당국의 재량이 많다"고 관측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EU는 감독기준의 통일을 위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라누는 소개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