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경제개혁 공약을 제시해 관가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은 공정위의 독립성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공정위가 최근 '최순실 사태'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정위 상임위원 수를 현재 5명에서 7명으로 늘리고, 임기 5년 보장, 국회 추천으로 대통령 임명 등의 공약을 제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경제개혁 정책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 공정거래 사건 급증…"상임위원 수 늘려줘야"
공정위는 독립성 강화에 대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위원회의 '지배구조' 자체가 정권에 휘둘리게 돼 있기 때문.
위원장 임기가 3년이지만 제대로 임기를 채운 인사가 거의 없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정무직이다 보니 정권의 눈 밖에 나면 언제든 옷을 벗어야 한다. 독립성에 있어 일반 장·차관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셈이다.
때문에 임기 연장과 함께 지위를 법적으로 보장해 줘야 독립성이 확보될 거라 요구하고 있다.
상임위원 수를 늘리는 것도 숙원 과제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제외한 실제 상임위원은 3명이고 비상임위원 4명과 함께 9명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상임위원 3명이 분야별로 나눠 3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데, 공정거래 사건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어 제대로 소화하기 어렵다. 때문에 비상임위원 수를 줄이고 상임위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공정거래 사건 수가 급격히 늘어 (상임위원)1인당 처리 건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몇 배나 많다"며 "상임위원의 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 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선진국 상임위원 '임기 5년 이상+법적 보장'
실제로 주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상임위원의 임기가 최소 5년 이상이고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다(표 참고).
공정거래법의 원조 격인 미국은 상임위원 5명의 임기를 7년으로 보장해 주고 있다. 일본 역시 상임위원 5명의 임기가 5년이다.
호주의 경우 상임위원 7명과 비상임위원 4명(총 11명)으로 구성되며 임기 5년이 보장된다. 경제공동체인 EU는 각 회원국이 1명씩 추천해 상임위원 28명으로 구성되며 5년의 임기가 보장된다.
각 국가의 상황에 맞게 상임위원 수나 임기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2가지 공통점이 있다. 공정위 상임위원의 임기가 대통령보다 길고 법적으로 보장됐다는 점이다.
이는 정권에 상관없이 독립성을 보장해 주고 상임위원들이 소신껏 결정하도록 권한을 위임한 것이다. 임기가 3년에 불과하고 그마저 보장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공정위 상임위원을 역임한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독립성이 보장되려면 상임위원의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며 "그래야 정권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을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국회 추천하면 당파적 갈등 우려…전문성 반영해야"
공정위는 '국회가 상임위원을 추천하도록 하겠다'는 안 전 대표의 공약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럴 경우 전문성보다는 당파 대결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
또 일반공무원 1급의 상임위원을 국회가 추천하는 것은 '3권 분립'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경우 방송통신 정책의 사회적인 파장을 감안해 정부와 국회의 여야가 균등하게 추천하지만 일반공무원 1급이 아닌 정무직의 차관급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원전 안전관리와 인허가를 맡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9명)의 경우도 비상임위원 7명은 정부와 여야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지만 상임위원 2명은 정부(대통령)가 임명한다.
원안위의 한 상임위원은 "당초 국회추천의 취지는 좋은 것이지만 원안위원들이 당파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또 위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가 가능해 전혀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공정위는 토론과 설득을 통해 합의제를 추구하고 있다"며 "정치·사회적으로 여론을 수렴해야 하는 헌재나 원안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면서 "국회 추천으로 상임위원을 선임할 경우 자칫 정치적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