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인영 기자] '돈 먹는 하마' 대우조선이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력 낮은 사업을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잘 만드는 선박과 그렇지 못한 선종을 구분, 후자는 구조조정해 혈세투입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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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선 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이 금융당국의 추가 지원을 받으려면 강점 분야 위주로 사업구조를 먼저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금 투입에 앞서 대우조선 경쟁력을 검증하고 빅3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
업계는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비슷한 기술력을 갖고도 시장경쟁력은 더 낮다고 평가한다. 재무상태가 열악해 신용등급이 낮고 현대와 삼성과 달리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 점이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신규 발주처 개척 보다는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주요 선주 및 오일메이저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지난해 8월 조선업 보고서 초안에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향후 5년간 최악의 상황일 때 영업이익률 -4%, -1%로 전망한 반면 대우조선은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하며 '3사 모두 타격이 불가피하나 대우조선은 그룹사도 없고 재무구조도 가장 취약해 살아남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특수선(군함 등 방산) 부문은 매각하고 상선 부문 설비 50% 이상 감축, 해양플랜트 사업 청산 방안 등을 제시했다.
그 당시 대우조선의 반발로 무산됐지만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선제적으로 사업을 구조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사 경쟁 대신 2사 경쟁체제로 바꿔 저가수주를 지양하자는 것. 그러기 위해선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대우조선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보승면 부산대 교수는 "3개사 경쟁체제로는 만족스러운 이익 창출이 어렵다. 2개사 경쟁체제로 갈 수 있도록 현대·삼성·대우조선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면서 "원가 경쟁력이 취약한 대우조선 비중을 축소하는 역할 분담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LNG선, 컨테이너선 등 각 선종별로 3개사 중 2개사만 수주하도록 제한을 둬, 출혈경쟁을 막자는 주장이다.
이어 "방산은 국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독점 보다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유관홍 전 현대중공업 사장도 "(대우조선) 구조조정이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회생시키는 것은 반대"라면서 "일반선종은 선종대로, 해양플랜트는 플랜트대로 3사가 잘하는 것을 구분해 오일메이저나 해운사 등 발주처 마케팅 방식을 새로 꾸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창립 이후부터 현재 2월까지 대우조선의 수주현황을 보면, 상선에선 LNG선과 대형 컨테이너선(1만8000TEU 이상)에, 해양플랜트에선 반잠수식 시추선에 현대나 삼성보다 실적이 양호하다.
반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는 현대중공업이,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이 강점을 갖고 있다. 사업 영역 구분은 기업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와 3사 합의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게 조선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이 수주난과 소난골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유동성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신규 자금 투입을 검토중이다. 구체적인 지원방안과 금액은 오는 23일 공개한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