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영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무부 국제금융담당 부차관으로 지명한 아담 레릭(Adam Lerrick)이 세계은행(WB)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 축소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그가 관여한 상원위원회 보고서가 WB와 IMF의 기능 축소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2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수주의 경제학자 앨런 멜처(Allan Meltzer)가 WB와 IMF에 대해 수십년간 비난을 퍼부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레릭을 재무부 부차관으로 지명하자 이제 그의 개혁 요구에 행정부가 반응하기 시작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재무부 국제금융담당 부차관으로 레릭을 지명하자, WB와 IMF 내부에서는 불안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멜처 교수가 "내가 알기로는 이 업무에 레릭만큼 적절한 사람은 없다"라며 고무됐다고 전했다.
재무부 국제금융 차관보로 지명된 레릭은 지난 1990년대 세계경제와 관련해 WB 및 IMF 두 기구의 기능을 조사하는 의회위원회 조직에서 멜처를 상관으로 모셨다.
레릭이 멜처를 도와 발간된 '멜처보고서'는 WB는 중국과 같은 중진국까지 자문하거나 자금지원하는 현재의 기능을 축소하고 최빈국 개발에 집중해야 하고, IMF도 구제금융에서 탈피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국가에 한해서 단기 지원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9일자 뉴욕타임스(NY Times)도 "IMF 비판가를 선택한 것은 트럼프의 '워싱턴 컨센서스' 글로벌 정책의 되돌리기를 보여준다"면서 "근 20년 동안 보수주의 경제학자 레릭은 국제기구가 납세자의 돈을 탕진하면서 엘리트주의, 구제금융 그리고 책임성 부족과 같은 섬나라 근성을 만들어왔다는 비판을 제기해왔다"고 소개한 바 있다.
WB와 IMF 등 국제금융기구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재무부 국제금융담당 부차관으로 누가 올지를 숨죽여 기다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자리에 레릭이 지명되면서 WB와 IMF도 걱정에 싸였다. 미국이 이들 기구에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상원의 인준이 남아있어 레릭은 어떤 언급도 하지 않고 있지만, 그가 2010년까지 '멜처가 주제하는 경제학도들'이란 모임을 주도했고, 멜처와 교류도 지속해 왔다는 점에서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개혁을 짐작할 수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멜처는 "의회보고서에서 주장한 것이 지금도 레릭이 신념으로 지키고 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지금도 레릭과의 만남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