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뉴스핌 백진규 기자, 서울=뉴스핌 함지현 기자] “원래는 ‘롯데’자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가려져 있네요.”
바이스차오(白石橋) 롯데마트 1층 입구에 ‘롯데’ 자가 붉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는 모습. <사진=백진규 기자> |
지난 25일 베이징시 서쪽의 하이뎬구에 위치한 롯데마트 바이스차오(白石橋)점. 1층 입구 벽면에 있는 ‘롯데’ 상호가 붉은 가림막으로 가려져 있는 모습에 대해 묻자 이 곳에서 근무하는 주차요원은 이렇게 답했다.
중국 당국의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조치로 중국 롯데마트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은 가운데 일부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점포들도 '롯데'를 숨기고 있는 것이다. 처음 이곳을 찾은 외지인들은 롯데마트가 아닌 일반 마트라고 오해할 수 있는 상황.
1층 입구를 지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매장으로 들어가자 그나마 롯데마트 간판이 보였지만, 썰렁한 모습에 고객 수가 확연히 준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한국 및 외국 식품을 판매하는 ‘수입식품’ 코너에는 사람이 적었다.
바이스차오점 뿐만 아니라 베이징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다른 롯데마트도 고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바이스차오점과 자동차로 30분 거리인 롯데마트 충원먼(崇文門)점도 정상 영업 중이었으나 실내는 조용했다.
저녁 8시, 베이징시 동북부 차오양구의 롯데마트 본점 주셴차오(酒仙橋)점은 간판은 제대로였지만 계산대를 모두 열지 않은 채 영업 중이었다.
입구 앞에는 10여명의 공안들까지 배치돼 있었다. 건물 정면 사진을 찍자 공안들이 바로 달려와 제지했고, 기자가 이를 무시하고 사진을 더 찍으려고 하자 한 공안은 기자의 여권을 빼앗듯 가져가 여권과 비자 면을 사진으로 찍어 본부에 보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험악한 분위기를 반영한듯 고객 역시 적었다. 직원에게 고객이 적은 이유를 묻자 “내가 뭘 알겠나? 하지만 예전 이 시간이면 훨씬 고객이 많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주셴차오(酒仙橋) 롯데마트 매장 모습 <사진=백진규 기자> |
현재 중국 내 롯데마트는 99개점으로 이 중 영업정지 받은 곳이 63개, 자체 휴점한 점포가 17개점으로 약 80개 점포가 문들 닫고 있다. 자체 휴점한 점포는 언제든 다시 문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현지의 부정적 분위기를 미뤄볼 때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롯데마트의 경우 중국에서 연 1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이 중 약 80개 점포가 통상 영업정지를 받는 기간인 한 달 가량 영업을 못하게 될 경우 단순수치상 손해는 67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정기적으로 나가는 인건비 등을 더한다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신동빈 회장은 직접 나서 중국 고객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신 회장은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스저널과 인터뷰를 통해 계속 중국에서 사업하기를 원한다고 호소하는가 하면,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당신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기다립니다’라는 중국어 문구를 써 걸어놓기도 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현재 마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향후 롯데백화점 본점에 걸린 중국어 문구를 중국 현지에 넣는 방안을 고심 중이고 현지에서 영업정지를 풀기 위한 노력도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