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8번 출구에서 저 멀리 중앙버스전용차로 정류장에 초록색 버스가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보람 기자 brlee19@ |
[뉴스핌=이보람 기자]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직장인 김지영(가명·29세)씨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5분 일찍 나오지 않은 자신을 다시 한 번 원망하며 급히 지하철을 갈아타러 출근길 버스에서 내렸다.
숨을 헐떡이며 뛰었지만 파란색 보행 신호등은 무심하게 금세 빨간 불이 됐다. 그렇게 김 씨는 9호선 급행열차를 떠나 보냈다. 가방 속 휴대전화를 집어들었다. '팀장님, 오늘 10분 정도 늦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김 씨의 직장은 9호선 신논현역 근처다. 그는 집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노량진역에 내려 지하철로 갈아탄다. 그에게 하루 중 가장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 타기까지 길게는 10분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5분~10분 간격인 9호선 급행 지하철을 놓치는 일도 빈번하죠. 1분이 소중한 아침 시간에 환승 거리가 조금만 더 짧았다면 좋았을텐데요."
노량진역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뒤 지하철 9호선을 타는 데까지 가는 시간이다. 6분 25초 걸렸다. 이보람 기자 brlee19 |
29일 기자는 김 씨의 출근길을 따라갔다. 노량진역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 9호선을 타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7분. 300m 되는 환승거리에 횡단보도 신호등이 바뀌는 시간, 열차 대기시간 등을 합치면 때로는 10분이 넘는다.
시민들의 이같은 불편은 연구결과에서도 지적되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발표한 '도시철도·간선버스 간 환승보행환경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서 두 교통수단의 환승 시간은 평균 6.7분이다. 도시철도역 간 환승시간인 3.04분보다 2배 넘는다.
최대 환승거리가 500m 이상이면 환승에 10분 넘는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호선 신사역, 4호선 혜화역, 7호선 논현역 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민들이 지하철에서 버스 혹은 버스에서 지하철로 갈아타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실제 지난 2014년 10월 기준 전체 대중교통 이용 현황에서 지하철과 버스의 환승비율은 14.7%에 불과했다. 지하철과 지하철 간 환승 비율은 50.1%, 버스와 버스 간 환승은 20.6%로 집계됐다.
해당 보고서는 서울시 77개 지하철역과 근처에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운영되고 있는 버스정류장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문제는 시간 뿐 아니다. 시민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도시철도와 간선버스 환승 과정에서 발생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중앙버스전용차로 교통사고의 발생빈도와 치사율이 일반 교통사고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지난 2011년~2013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무단횡단사고 가운데, 지하철과 버스 환승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중앙버스전용차로 구간 사고는 모두 140건이다. 전체 사고발생건수의 21.3%다. 관련 사망자는 총 사망자의 42.9%를 차지하는 15명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노량진역 출구 앞. 이보람 기자 brlee19@ |
서울연구원은 이같은 연구결과에 대해 "서울은 중앙버스전용차로로 대표되는 간선버스 시스템과 9개 노선의 도시철도 시스템 두개의 간선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춘 도시"라며 "그러나 이들 두 시스템 사이의 낮은 연계환승은 대중교통 분담률이 10년째 둔화되는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04년 개편된 버스 체계가 지하철 환승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는 게 연구원의 평가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지하철 출입구는 상·하수도나 전기, 통신 등 매립시설과 주변 도로 상황 등을 고려해 계획된다"며 "특히 주변 큰 도로 방향으로 출구가 나 있다보니 어쩔 수 없이 중앙차선 버스정류장과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행자 안전 등을 고려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