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등 13개 모든 피의사실을 영장청구서에 적시하면서 법원의 주의적·예비적 판단을 이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당시 썼던 전략이다.
서울구치소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
31일 법원은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구치감에서 대기 중이던 박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로 옮겨 수감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이번 영장을 청구하며 초강수를 뒀다. 영장 청구서에 특검의 수사내용을 사실상 그대로 적용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13가지 혐의를 고스란히 담았기 때문이다.
이 중 검찰이 가장 큰 비중을 둔 것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대기업 강제 출연과 삼성 뇌물이다.
검찰은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청구를 발표하면서 "피의자가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라고 청구 사유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로부터 '비선실세' 최순실씨와 공모해 삼성·SK·롯데 등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원 기업들로부터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영장 청구서 내에 박 전 대통령이 최씨에게 재단 운영을 봐달라 요청하고 인사와 운영에 개입하며 재단을 공동운영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검찰은 삼성이 출연한 204억원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의 피해액으로도,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뇌물로도 봤다. 같은 현상에 대해 다른 혐의를 적용해 법원의 주의적·예비적 판단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즉, 박 전 대통령이 204억원을 뇌물로 수수한 것이 아니라면, 강요로 받아낸 것으로 봐달라는 뜻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이영렬 본부장(서울중앙지검장). 김학선 기자 yooksa@ |
이는 특검이 재청구 끝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을 때 사용한 전략이다. 당시 특검은 1차 청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과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만 적용했었다.
1차 청구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특검은 삼성이 코어스포츠와 체결한 213억원 어치 컨설팅 계약과 정유라 승마지원을 두고 국외재산도피와 범죄수익은닉도 적용시켰다. 끝내 이 부회장은 구속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같은 검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검찰 측의 손을 들어 사안이 중대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향후 20일간 박 전 대통령을 강제수사할 수 있다.
최종적으로 삼성의 출연금 204억원을 피해액으로 볼지 뇌물로 볼지는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하면서 결정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밖에도 ▲박 전 대통령이 정호성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공모해 최씨에게 국정문건 180건을 건넨 공모상 비밀누설 범죄 ▲현대자동차와 롯데, GKL, 포스코 등 각종 기업 대상 직권남용 범죄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직권남용 범죄 등을 청구서에 적시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