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성웅 기자]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의 향후 수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검찰은 삼성 외 대기업과 함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을 수사하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31일 법원은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영장 청구서에 명시한 박 전 대통령의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어느 정도 됐다고 본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지검에서 대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특히 검찰은 이번 영장을 청구하며 삼성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에 대한 두가지 시각을 제시했다. 직권남용 및 강요에 의한 출연과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도와달라는 부정한 청탁에 대한 뇌물이다.
이 때문에 삼성 외 다른 대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재단 출연금을 두고 뇌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출연 대기업은 SK와 롯데, CJ 등이 있다. 두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SK는 최태원 SK 회장의 사면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7월 재단 출연에 대한 얘기가 있은 뒤 그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됐다.
특수본은 지난 16일 오전 김창근 전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고위 관계자 3명을 조사했다. 최 회장 본인도 지난해 11월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4개월 만인 지난 18일 재조사를 받았다. 최 회장을 비롯한 SK그룹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 역시 이미 특수본에서 조사를 시작했다. 특수본은 지난 15일 면세점 인허가 업무를 맡고 있는 관세청 직원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롯데는 당시 면세점 사업자 선정이 기업 내 최대 현안이었다. 특히 관세청이 지난해 4월 갑작스럽게 서울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 방침을 발표하면서 의혹은 더 짙어졌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이 '전경련 해체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손경식, 구본무, 김승연, 최태원, 이재용, 신동빈, 조양호, 정몽구. 뒷줄 오른쪽 허창수 회장. <사진공동취재단> |
롯데 측에선 지난 미르재단 출연 직후인 2015년 11월 면세점 입찰에서 월드타워점이 탈락한 것을 이유로 대가성을 부인하고 있다.
표면적으론 CJ에 대한 재조사는 아직이다. CJ는 이재현 회장의 사면을 대가로 박근혜 정부의 'K컬쳐밸리 프로젝트'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K컬쳐밸리는 박 전 대통령이 대대적으로 추진한 문화융성 프로젝트다.
특수본엔 대기업 대상 수사 뿐만 아니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우 전 수석은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를 알고도 묵인·방조했다는 직무유기 의혹으로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 또 이석수 특별감찰관의 감찰 활동을 방해해 특별감찰반법 위반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달 구속영장 기각 후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귀가하는 우병우 전 수석. <사진=뉴시스> |
특수본은 지난 24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형사소송법 110조를 방패 삼은 청와대의 거부에 경내 진입은 가로막혔다. 결국 특수본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얻는 데 그쳤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상 비밀보호 지역에 대해서는 책임자의 승인 없이 압수수색할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특검 역시 이 조항에 가로막혀 청와대 압수수색을 실패한 바 있다.
우 전 수석에겐 이밖에도 가족회사 '정강'의 자금 관련 의혹, 아들의 의경 복무 중 '꽃보직 논란' 등 총 16건의 사건이 걸려있다.
특수본은 정치 상황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오는 4월 17일 전까지 수사를 일단락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