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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영기 기자] 미국 '트럼프케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그간 트럼프 정책에 기대를 걸고 '달러 강세와 엔 약세' 전망에 기대 온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에 비상이 걸렸다
정권 초기 정책 추진이 불발되자 갑자기 외환시장 분위기가 '달러 약세 및 엔 강세' 정서가 바뀌면서 기존 캐리 물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장기금리 하락과 엔 강세가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라 그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어 주목된다.
3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12.04엔에 거래되고 있다. 트럼프 대선 이후 약 4개월 간 1달러당 101.19엔에서 118.66엔까지 오르던 환율이 다시 110엔대로 내려온 상태에서 횡보하는 양상이다. 그간 엔 강세 진행 분의 절반을 되돌린 상태로, 미 달러 약세 분위기다.
작년 연말 이후 이번 달 28일까지 캐리트레이드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달러 매수/엔 매도 거래는 5.35% 손실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 매수/엔 매도 포지션에서도 2.65% 마이너스 수익률이 기록됐다. 다만 멕시코 페소화 매수/엔 매도 전략은 아직 5% 넘는 수익률을 올리고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블룸버그통신은 하루 거래규모 5.1조달러인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세로 덩달아 보는 손실을 보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새로운 위험으로 떠올랐다고 환기했다.
<자료: 블룸버그> |
미 금리 정상화 정책과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정책 기대로 그동안 '캐리 트레이딩'은 보기 드문 수익 기회였다. 엔이나 유로 같이 저금리 통화를 차입해서 강세가 기대되는 미 달러 뿐 아니라 멕시코 페소와 같이 수익률이 높고 변동성이 낮은 이머징 마켓 통화를 매입해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했지만,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모두 3회로 그칠 가능성이 높게 점치면서 달러는 약세로 돌아섰다.
트럼프 대통령 정책의 첫 시험대였던 트럼프 케어도 의회에서 거부되면서 재정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져 그간 달러 강세에 대한 미련도 완전히 종적을 감췄다.
◆ 달러/엔 하락 당분간 지속.. 신흥시장 통화는 여유
달러 강세가 약세로 전환되면서 엔화와 유로화가 강세를 보여, 엔 캐리로 달러나 유로화를 매입한 경우는 수익률이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신흥시장 통화는 이익을 볼 여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엔화 강세가 진행돼 캐리 수익률이 전체적으로 잠식해 가더라도 아직 멕시코 페소나 한국 원화 등은 캐리 수익률이 각각 5.17%와 2.60%로 상당한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캐리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뱅코오브아메리카(BoA)의 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이머징 마켓 통화를 매입하는 규모가 지난주에 가장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헤지펀드가 실시한 포지션과 심리를 혼합한 것와 실제 환 수요, 공개된 자료까지 혼합된 것이다.
달러 약세 전환으로 투자자들이 엔이나 유로같은 도피처로 몰려들면서 미 달러 매도세는 더욱 지배적으로 되는 분위기다. 이번 달 들어 미 달러에 대해 엔화는 2.2%, 유로화는 2.7% 강해졌다.
31일 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트럼프 정책 지연 경계감으로 미국 장기금리가 하락세에 있고 엔화 강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 3월 중순부터 국면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
메릴린치 일본의 오오사키 슈이치 수석금리전략가는 "연준 금리 인상 무렵부터 미국의 장기금리가 내려가고 있다"며 "반면 일본 장기금리는 0%수준에 유지될 전망이라 미 달러와 일본 엔화간의 수익률 차이가 축소되고 달러매도와 엔 매수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쓰이 스미토모은행의 외환트레이딩 그룹장 사토 씨는 "6월까지 달러/엔이 반등해도 115엔이 한계가 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후퇴하고 있어 엔 매도와 달러 매수 포지션이 늘어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재무부가 4월 중순에 발표하는 환율보고서에서 엔화 평가절하를 견제할 가능성이 높고, 4~5월에 실시되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의 이변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엔화 약세 전망은 미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경기 판단히 강해지고 금리인상에 자심감을 가지게 되면 달러/엔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