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이고은 기자]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임의가입 최소보험료 인하'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 반대로 카드를 접었지만, 정권교체기를 앞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재부는 '공적연금의 재테크 수단 전락' 우려를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어 양 부처의 힘겨루기가 정권교체 이후에도 또다시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복지부 "가정주부도 국민연금 받게 하자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5일 "국민연금 임의가입 최소보험료를 지속, 단계적으로 낮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무산된 시행령 개정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임의가입자는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자는 아니지만, 자신의 노후를 위해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이들이다. 주로 전업주부나 만 27세 미만 학생 등을 말한다.
임의가입자는 올해 1월 기준으로 30만명을 돌파했다. 연령별로는 40~50대가 가장 많고, 여성이 84.5%(25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복지부는 임의가입제도가 경력단절 여성의 노후준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추이 <자료=국민연금> |
복지부는 이같은 점을 고려해 현재 8만9100원인 임의가입자 최소보험료를 절반 수준인 4만7340원까지 낮추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임의가입과 추후납부 확대를 통해 '1국민 1연금' 체계를 확립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경력단절 여성이 임의가입 후 보험료를 추후납부해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행령을 마련했다. 추후납부 제도의 실태를 살펴본 뒤 최소보험료 인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추후납부제도가 시작됐으나 최소보험료가 높아 가입조차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며 "1인 1보험 체계를 위해서는 추후납부제와 함께 최소보험료도 낮춰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 기재부 "예외적으로 시작된 임의가입제, 무한정 늘릴 수 없어"
재정당국인 기재부는 복지부의 최소보험료 인하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기재부는 보험료를 내려주면 다른 가입자와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수 있고, 무엇보다 공적연금이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재부는 현재도 임의가입이 부자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연금은 현재 소득의 9%를 납입하면 40%를 돌려받는 구조다.
임의가입자를 늘리면 소득이 많으면서도 적은 돈을 납입하고 이익을 보는 '얌체족'이 편승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전업주부인 서울 강남의 '부유한 사모님'이 임의가입한 뒤 다달이 적은 돈을 내고 나중에 많이 받는 연금혜택을 누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지난해 무산된 시행령 개정안에 배우자 소득 제한을 포함시켰고, 배우자 소득이 일정 금액 이상인 가입대상자는 현행 기준을 유지해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기재부는 복지부의 주장과 달리 재테크 악용을 막는 걸 넘어 임의가입제도의 틀 자체를 손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임의가입자를 늘리기 전 당연가입자와의 형평성과 국민연금기금 등에 미치는 영향을 전체적으로 두루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소득제한을 강화하거나 임의가입자에 대한 수익비율을 달리해야 한다고 보고있다.
주부 등 비경제활동인구를 국민연금에 포함시키는것보다 '두루누리 사회보험' 등을 통해 4대보험의 변방에 있는 저소득 노동자를 보호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2012년부터 두루누리 사회보험 지원사업을 시행, 근로자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종사하는 월 소득 140만원 미만 근로자에게 국민연금 보험료 및 고용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임의가입자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면서 "예외적으로 시작된 임의가입제도를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 정하고, 그 이후에 보험료 인하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