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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점심 낮잠①] 수면카페 찾는 샐러리맨 “난 하루 1시간 잠이 부족해”

기사등록 : 2017-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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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수면빚(Sleep Dept), 韓OECD 최고
최장 업무시간, 쌓인 스트레스 해소 위해
점심시간 꿀잠의 세계로 빠져드는 직장인
“밤잠 설치면 위험…야근 문화 개선부터”

[뉴스핌=황유미 기자] 회사원 정상훈(남·31)씨는 1주일에 한번 강남역 회사 인근 수면카페를 찾는다. 주로 점심시간을 활용한다. 정씨는 "야근과 술 약속 등으로 1주일을 지내다 보면 굉장히 피곤한 날이 있다"며 "그럴 때 점심은 거르거나 간단하게 해결하고 (수면)카페에 와서 한숨 자고 간다"고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잠을 자고 지친 몸을 기댈 수 있는 곳이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다. 한국인의 부족한 수면시간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7시간 41분(남성)으로 18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인 8시간 22분보다 41분 짧다.

수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은 더 심각하다.

씰리침대가 지난해 7~9월 한국, 호주, 중국,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 1만13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자각하는 '수면 빚'(Sleep Dept)이 가장 많은 나라로 나타났다. 수면 빚이란 수면 부족 시간이 쌓인 것을 뜻한다.

여자는 연간 15일, 남자는 연간 18.5일에 달한다. 하루로 따져보면 여자는 59분, 남자는 1시간 13분 정도 수면이 부족하다고 인식한다는 의미다.

홍승철 성빈센트병원 수면역학센터 교수는 "근무 시간이 긴 업무환경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한국인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면 빚이 쌓이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수면부족 현상 때문에 직장인이나 수험생들에게 잠깐 잠잘 수 있는 카페들이 인기몰이다.

잠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수면카페. 널찍한 소파에서 잘 수 있다. <사진=수면카페 '꿀잠' 제공>

해먹이나 수면용 소파를 비치해 놓은 전문 '수면카페'나 안마기계를 준비해놓은 '마사지 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회사들이 밀집해 있는 강남역과 역삼역 인근에는 수면카페와 마사지 카페가 몰려 있다. 대표적인 마사지 카페 체인점인 '미스터힐링'은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 가맹점 45곳을 운영 중이다.

삼성동에서 근무하는 장모(여·31·학원강사)씨는 "스케줄이 많다보니 늘 잠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며 "마사지를 받으며 한숨 자면 몸도 개운해지고 차도 한잔 마실 수 있어서 꽤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마사지 카페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수면카페의 경우 1시간에 5000원 내외의 가격으로 휴식을 제공하고 있다. 마사지카페는 1시간 1만3000원 가량으로 음료 1잔이 나온다.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강모(남·28)씨는 "저렴한 밥 한끼 값으로 방해받지 않고 눈을 붙일 수 있어 가끔 이용한다"며 "피곤한 상태로 버티는 것보다 잠깐 자고 공부하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부족한 수면을 채우려는 직장인들의 욕구에 영화관도 나섰다. CGV여의도는 프리미엄관을 평일(월~목)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낮잠 장소로 제공하고 있다. 여의도 인근의 직장인들을 고려한 서비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낮잠을 즐기기 전에, 잠을 줄여서 일하는 문화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밤잠이 주식(主食)이라고 하면, 낮잠은 간식"이라며 "자꾸 간식을 먹게 되면 밥을 안먹는 것처럼 낮잠을 반복적으로 자면 성장호르몬과 면역호르몬이 나오는 밤에 잠을 못자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낮잠 카페를 이용해 휴식을 취하는 것은 괜찮지만, 근본적으로는 늦게까지 일하고 공부하는 문화를 바꿔서 밤에 잠을 충분히 잘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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