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나래 기자] 금융업계에서 금융당국의 빈번한 중복회의 소집에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 이후 금융시장 안정 점검회의들을 잇따라 진행한 탓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 관련 회의 외에도 재차 개별적으로 호출하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15~16일 금감원과 금융위는 잇따라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카드사, 캐피탈사 사장 등을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금융당국은 1분기 가계대출 증가 규모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낮추고 증가율도 한 자릿수로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금융감독원은 가계부채 점검회의와 관련해 각 업권의 협회장들을 지난달 31일에도 긴급하게 소집했다. 앞서 금감원에선 저축은행 대표와 상호금융중앙회 직원들을 불러 면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금융당국은 은행 업권 대표와 업권 협회장과 별도로 여신담당 부행장 등을 차례로 불렀다. 지난달 9일 금융위와 금감원은 시중은행과 외국계은행, 지방은행 등 전 은행권의 여신 담당 부행장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
최근 불거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추가 자금 지원을 설득하는 과정도 논란이 됐다. 금감원은 지난달 17일 4대 주요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소집한 바 있다. 금감원이 회의를 소집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시중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기류가 부정적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국의 회의 소집 이후 은행들의 스탠스가 급격히 변화됐다는 얘기다.
여신담당 부행장들은 당국의 입장을 듣고 회사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큰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전언이다. 사실상 일방적인 전달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것.
A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사안별로 금융당국에서 중복으로 소집하다 보니 요즘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 외에도 비공식적으로 금융당국 수장들이 행장에게 사안별로 전화를 통해 당국의 입장을 전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사실상 사안별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문제의 경우 은행별로 다른 상황을 금융당국과 조율해야 하는데 은행연합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이나 가계부채대책 등으로 금융당국에서 계속 호출하게 되면 심리적 압박 때문에 당국의 입장을 따라가는 형국이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