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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하이닉스 편입 5년...최태원 '결단' 적중

기사등록 : 2017-04-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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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조원대 전략적 투자, 치킨게임 우려 불식
다양한 차세대 제품 선제 개발로 미래 먹거리 확보

[ 뉴스핌=황세준 기자 ] “반도체를 해야 SK에 미래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0년 초부터 반도체에 관심을 가졌다. 스위스에서 열리는 다보스포럼에 참가하면서 글로벌 트렌드를 접해온 최 회장은 반도체가 미래 산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언젠가 반도체 기업을 경영하겠다는 뜻을 품고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서울 모처에 연구실을 마련했다. 반도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공부도 시작했다. 마침내 1년 뒤 SK그룹 이사회에서 “하이닉스를 인수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이사진은 총수 제안이지만 거칠게 반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계열사 경영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 적자 상태인 하이닉스를 정상화하기 위해 매년 수조원을 투자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 하이닉스 인수로 자칫 그룹 전체가 곤경에 처하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인수에 주저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정문(행복문) <사진=SK하이닉스>

최 회장은 끈질기게 이사진을 설득해 마침내 2011년 7월 9일 SK텔레콤을 통해 하이닉스 인수를 전격 선언했다. 당시 SK텔레콤 박정호 사업개발실장(현 SK텔레콤 사장)을 하이닉스반도체 인수팀장으로 임명해 진두지휘를 맡겼다. 하이닉스 인수에 총 3조4267억원을 투입했다. 최 회장의 인수 발표 후 근 7개월 만인 2012년 2월 14일 하이닉스는 SK그룹의 일원이 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이상으로 도약하는 SK하이닉스를 꿈꿀 것”이라던 인수 당시 최 회장의 희망은 불과 5년 만에 현실이 됐다. SK하이닉스는 현재 SK그룹의 주력으로 거듭났다.

내부 반대와 외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강행한 데는 반도체 산업과 기술경영에 대한 그의 강한 믿음이 깔려 있다. 최 회장은 새로운 기술 트렌드 변화를 읽으며 지난 2012년 하이닉스 인수 후 직원들에게 기술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수·합병(M&A)이나 설비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쟁사보다 더 큰 수확을 기대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 기술과 연구·개발(R&D)은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만큼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글로벌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연구소 출신의 한 직원은 "SK가 짧은 시간에 반도체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한 느낌을 받았다. SK가 인수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제조업 중심인 하이닉스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는데 SK만의 문화가 오히려 잘 융합되면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냈다"고 회고했다.

◆ 대규모 투자와 잇단 M&A로 반도체 2위 발돋움

SK그룹 편입 효과는 대규모 R&D 투자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사상 최초로 R&D에만 1조원 이상을 투입했고 2015년에는 1조7000여 억원으로 사상 최대 투자 기록을 경신했다.

기업 인수도 활발히 추진했다. 2012년 6월 이탈리아의 아이디어플래시(현재 SK하이닉스 유럽기술센터)와 미국의 컨트롤러 업체인 LAMD(현재 SK하이닉스 메모리 솔루션 센터)를 인수했다. 컨트롤러는 낸드플래시의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이다.

2013년에는 대만의 이노스터 컨트롤러사업부, 2014년 벨라루스의 소프텍 등을 인수했다. 국내에서도 2012년 분당에 플래시 솔루션 디자인 센터, 2013년 KAIST에 스토리지 미디어 솔루션스 센터 등을 설립했다.

실적도 급속히 호전됐다. SK그룹에 편입되기 전인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의 영업이익은 3690억원이었다. 인수 첫해에는 영업손실(2273억원)을 입었다. 하지만 2013년 3조338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1년 만에 흑자 전환은 물론 영업이익이 과거보다 9.15배 늘어난 것이다. 최 회장의 '과감한 투자'가 반도체 시황 개선과 맞물린 결과였다.

◆ “시장 선도제품 개발에 투자 아끼지 않겠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이천 M14 팹 준공식에서 향후 2025년까지 총 46조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약속대로 SK하이닉스는 2016년 반도체 불황에도 불구하고 연간 5조957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단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추가 클린룸 건설을 포함해 7조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SK하이닉스는 시장의 흐름에 발맞춘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춰나가고 있다. 모바일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해 모바일 D램 경쟁력을 강화했다. 2007년 전체 D램 매출에서 약 3%에 불과했던 모바일 D램 비중을 2012년 이후 30% 수준으로 확대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D램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및 클라우드 확대로 급증하는 서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량 DDR4 제품을 중심으로 서버용 제품도 공급 중이다.

시장을 선도하는 새로운 제품도 잇따라 출시했다. 2015년 4월에는 세계 최초로 최대 용량인 128GB DDR4 모듈을 개발해 서버 시장에서의 기술 경쟁력을 증명했다. 올해 1월에는 세계 최대 용량의 초저전력 모바일 D램인 LPDDR4X(Low Power DDR4X 모바일 D램)를 출시했다.

최태원 회장 <사진=SK그룹>

낸드플래시의 경우 14나노급 미세공정을 적용한 제품을 양산하고 기존 제품의 고용량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3차원(3D) 적층 낸드플래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중 4세대 제품인 72단으로 적층된 3D 낸드플래시를 출시한다. 시스템반도체인 CIS(CMOS Image Sensor)도 선두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좁힌다.

SK하이닉스의 올해 목표는 체질 개선을 통해 ‘1등 정신’을 조직 내부에 심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본 도시바 경영권 인수를 통한 낸드플래시 경쟁력 강화를 모색 중이다. 도시바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글로벌 점유율 19.8%(D램익스체인지 기준)로 삼성전자(36.6%)에 이어 2위 업체다. 점유율 10.4%인 SK하이닉스가 도시바 경영권을 확보하면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향후 전개될 시장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신규 생산시설인 이천공장 M14팹을 포함해 향후 46조원의 투자를 기반으로 이천·청주에 각각 신규 생산시설을 추가 구축하고 다양한 차세대 메모리를 지속 개발함으로써 미래 기술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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