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 정부가 기업 구조조정을 시장 중심으로 진행하기 위해 8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다.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투자자가 공동으로 펀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민간 자본 유입을 촉진할 매력적인 매물이다. 당국은 은행 신용평가모형을 개선하고 담당자의 책임을 강화해 투자 가치가 높은 매물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시장 중심의 기업 구조조정 환경 조성을 위해 향후 5년 간 총 8조원의 펀드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해당 펀드는 모자(母子)펀드로 조성된다. 모펀드는 유암코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2조500억원을 출자하고 연기금, 시중은행 등 민간 투자자가 1조5000억원을 출자해 자본금을 마련한다. 모펀드는 한국성장금융 등 독립적인 운용사가 맡는다.
자 펀드는 모 펀드에서 50%를 출자받고 나머지를 민간 자본으로 확충하는 방식의 매칭 프로그램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당국 출자분의 일정 부분을 후순위로 해 민간 자본의 투자 매력도를 높였다. 자 펀드는 개별 매물에 대한 펀드로 매각물의 가치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은행의 심사를 강화했다. 투자 가치가 높은 기업 매물을 신속하게 시장에 내놓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개선했다. 현재 은행권에서 사용하는 신용평가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전문가형 ▲등급화형 ▲평점화형이 있다. 각 모델은 객관성이 떨어지거나 등급 간 연계성 부족, 과평가 경향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당국은 각 모델별로 단점을 개선한 방안을 적용하고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위원의 자격 요건을 명시키로 했다. 예컨대 평가위원이 해당 기업의 여신과 관계가 있을 경우 배제할 수 있다.
워크아웃 평가도 3년 주기에서 1년으로 단축하며 연장할 경우 구체적으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동시에 지점장이 기업의 부실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구조조정을 실시할 경우 포상 대상에 포함시키고 그 반대의 경우 책임을 확실하게 묻기로 했다. 즉 기업의 상태를 누구보다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 지점장의 책임과 판단을 높여 기업 구조조정의 시기를 늦추지 않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 그동안 민간 자본의 유입이 적었던 것은 은행에서 부도 직전의 기업만 매물로 내놨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치로 좋은 매물이 나오면 민간 자본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선상에서 금융채권자 조정위원회를 설립해 채권 매각도 활성화시킨다. 은행들이 관행적으로 구조조정 채권의 장부상 가격을 시장 가격 보다 높게 책정해 매각이 지연돼서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들은 17조5000억원의 구조조정 기업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신용위험평가에서 C·D등급을 받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받아야 하는 기업의 채권이다.
금융채권자 조정위원회는 준거가격을 산정해 채권 매각을 종용하는 기능을 한다. 만약 은행의 장부가격과 준거가격 간 괴리율이 확대되면 금융당국의 건전성 검사를 받게돼 사실상 매각을 해야하는 셈이다.
시장형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해 한도성 대출 지원책도 마련했다. 시중은행이 PEF(사모펀드)에 매각된 기업에 여신을 꺼려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1조6000억원의 보증 프로그램을 가동해 한도성 대출을 지원한다.
김 사무처장은 “이번 구조조정 제도 개선안은 대기업에 적용하기 힘들고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다”며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시장에 나와 구조조정을 촉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