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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주기]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미수습자 9명 가족의 절규

기사등록 : 2017-04-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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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많던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제자 구하러 뛰어든 단원고 고창석·양승진 선생님
새삶 찾아 제주 향하던 권재근·혁규 부자, 이영숙씨
아직도 차디찬 바다에서 못돌아온 미수습자 9명

[진도=뉴스핌 이성웅·황유미 기자] "감사합니다."

16일 진도 팽목항에서 진행된 세월호 3주기 공식추모 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 대표로 답사를 시작하는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씨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16일 진도 팽목항에서 진행된 공식 추모행사에서 미수습자 가족 대표로 허다윤양의 아버지 허흥환씨가 답사를 하고 있다. 황유미 기자

허씨는 "2014년 4월 16일 이후 진도의 많은 군민들과 자원봉사자님들이 있었기에 저희가 버텨왔고 지금까지 있을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미수습자를 잊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저희는 팽목에서 폭포신항으로 거처만 옮겼을 뿐 기다림의 연속이다"며 "저희가 바라는 것은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와 가족을 다 찾는 것"이라고 했다.

허씨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수초의 정적 후, 허씨는 힘겹게 "9명의 미수습자를 다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까지 저희 가족을 많이 보살펴주시고 버티게 해주신 것 감사드린다"며 "지금까지의 관심과 격려를 9명의 미수습자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재차 부탁했다.

2014년 4월 15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단원고 2학년 조은화·허다윤·남현철·박영인 학생(왼쪽부터).

◆ 수학여행 간다고 좋아했던 꽃다운 아이들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0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승객과 승무원 등 총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되는 최악의 참사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7년 4월 16일까지 9명의 미수습자는 여전히 차가운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미수습자 9명 가운데 4명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다.

단원고 2학년 1반이었던 조은화양. 공부도 곧 잘 하고 부모에게 다정하고 속 깊은 딸이었다. 전교 1등을 도맡아 할 정도로 성적도 좋았다.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비용이 많다고 부모님에게 미안해할 정도로 부모를 생각하는 아이였다고 한다.

2학년 2반이었던 허다윤양 부모는 딸이 용돈을 달라거나 무언가를 사달라고 조른 적이 없는 착한 딸로 기억하고 있다. 희귀병을 앓는 엄마를 늘 먼저 걱정했다. 허양은 유치원 선생님이 꿈이었다고 한다.

음악에 재능이 뛰어났던 단원고 2학년 6반, 남현철군. 세월호 희생자인 고(故) 이다운군이 작곡한 '사랑하는 그대여'란 곡에 직접 가사를 쓸 정도였다.

팽목항에 놓인 미수습자 박영인군의 축구화 세 켤레. 이성웅 기자

이 노래는 가수 신용재가 다시 불렀다. '사랑하는 그대, 오늘 하루도 참 고생했어요. (중략) 그대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싶지만 항상 마음만은 그대 곁에 있어요' 팽목항에는 현철군의 이런 따듯한 마음을 기억하기 위한 기타가 놓여있다.

기타에는 현철이와 영원히 살아가고픈 부모의 마음이 담긴 문구가 쓰여있다. 부모는 현철이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 것이 소원이라고 한다.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박영인(단원고 2학년 6반)군은 체대 진학을 꿈꿨다. 스포츠를 좋아했고 달리기도 잘했다. 영인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갖고 싶어 하는 것은 대부분 사줬지만 축구화만큼은 사주지 못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팽목항 한켠에 아들을 위한 축구화를 놓아뒀다. 축구화에는 "사랑하는 내 아들. 너를 기다리는 모든 이의 따뜻한 품으로 돌아오렴. 사랑한다"고 적었다. 축구화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사고 미수습자 단원고 고창석·양승진 교사, 권재근·혁규 부자(父子), 이영숙씨(왼쪽부터).

◆ 참스승 고창석·양승진…새 삶 찾던 권재근·권혁규·이영숙

단원고 고창석 체육담당 교사도 아직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수영을 매우 잘 했다. 고 교사의 아내는 남편이 대학생 때 인명구조에도 참여하고 수영을 잘 했기 때문에 사고 당시에도 어린 제자들을 구하느라 가장 늦게 나왔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양승진 교사 역시 주변 사람들은 참 스승으로 기억한다.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 학생들의 등굣길을 챙겼으며, '천년초 장학금'을 만든 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도 했다.

참사 당일,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제자들에게 벗어주고 학생들을 구하겠다며 배안으로 뛰어간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권재근씨는 아들 혁규군과 함께 3년 전 세월호를 탄 이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권씨는 아내와 두 자녀를 데리고 제주도로 이사를 가던 중이었다. 가족 중에서는 딸 지연양만 홀로 살아남았다. 엄마 한윤지씨는 숨진 채 바다에서 발견돼 희생자가 됐다. 6살 혁규군은 동생에게 구명조끼를 벗어 준 뒤 아빠와 함께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영숙씨도 새 삶을 위해 제주도로 향하는 중이었다. 16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아들과 함께 제주도에 살기 위해 짐을 싣고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어했던 이씨의 아들은 지금 목포신항에서 어머니가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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