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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에어컨 벌써 성수기…삼성 '학익진'모듈로 '생산 혁신'

기사등록 : 2017-04-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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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전년비 70% 증, 모듈 생산 방식으로 수요 대응

[광주=뉴스핌 최유리 기자] 삼성전자 '무풍에어컨'을 생산하는 광주광역시 광산구 하남산단 제 2캠퍼스. 완성된 에어컨이 지나가는 중앙라인을 기준으로 작업자들이 부품을 조립하는 모듈이 학의 양 날개처럼 퍼져있다.

'학익진' 모듈은 장인급 작업자가 조립, 검사 등 해당 공정을 책임지는 모듈 생산 시스템의 모습이다. 제품을 컨베이어로 이동시키면서 작업자들이 하나의 부품을 끼우는 등 정해진 동작만 하면 되는 컨베이어 방식에서 진화한 형태다. 에어컨 수요 급증에도 문제없이 제품을 조달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일사불란한 작업자의 손을 거쳐 에어컨 1대가 조립을 마치자 모니터에 182초가 찍혔다. 이계복 광주사업장 에어컨제조담당 그룹장은 "에어컨 성수기가 빨리 온 덕에 쉴 새 없이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 18일 찾은 광주사업장은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을 만드는 생산 심장부다. 무풍에어컨을 비롯해 셰프컬렉션 등 프리미엄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공기청정기 등이 이곳에서 나온다. 약 21만평 부지를 갖추고 3500여명이 근무하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18일 광주 오선동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삼성 무풍에어컨'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여러 생활 가전 중에서도 에어컨은 유독 바쁜 생산 라인으로 꼽힌다. 밀려드는 주문에 예년보다 이른 3월부터 풀가동에 들어갔다.

4월부터는 주말도 없이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5~6월 기온이 평년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에 대한 학습효과로 소비자들이 에어컨 구매를 서두르고 있어서다. 그 결과 지난 1월 출시된 무풍에어컨은 누적 판매량 35만대를 돌파했다. 전체 에어컨 판매도 전년 대비 70% 늘었다.

때 이른 성수기에 대응하는 비결은 모듈 생산 시스템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컨베이어 생산 시스템에서 모듈 방식으로 변경했다. 

정광명 광주사업장 지원팀장(상무)은 "컨베이어 방식은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라인 전체가 가동을 멈춰야 하지만 모듈 방식은 해당 모듈만 멈추면 되기 때문에 생산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면서 "작업자가 묶음 공정을 맡으면서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문제에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18일 광주 오선동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삼성 무풍에어컨'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라인 위에 에어컨을 세워놓고 작업하는 방식도 바꿨다. 제품을 올려다보며 작업하면 자세가 불편해 불량률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는 공정개선 태스크포스(TF)의 아이디어를 반영했다.

현재 광주사업장에선 에어컨을 옆으로 뉘여놓고 안정된 자세에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라인 전체를 새로 까는 등 비용이 들었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생산성은 25% 가량 높아지고 불량률은 50% 줄었기 때문이다.

조립을 마친 제품은 검사 공정을 거쳤다. 검사 공정에선 작업자 대신 3D 스캐너가 무풍에어컨을 샅샅히 훑었다.

에어컨 표면에는 지름 1mm 크기의 마이크로 홀이 13만5000개나 있지만 하나의 홀막힘이나 이물질 침투도 놓치지 않았다. 육안으로 이물질을 검사할 때보다 정확도와 검사 속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공장 곳곳에는 첨단 시스템도 눈에 띄었다. 생산에 필요한 인력이 늘면서 효율적인 훈련을 위해 증강현실(AR) 교육을 도입했다.

실제 라인에 투입되기 전 AR 화면을 보며 2주 간의 연습을 거친다. 관리자의 경우 스마트폰으로 전체 공정 과정과 문제가 발생한 라인을 확인해 미리 대응할 수 있다.

스마트 공정 도입은 향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현재 68% 수준인 자동화율을 높이는 게 목적이다. 이를 위해 공장 통합 관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사물인터넷(IoT)을 접목할 계획이다.

정 상무는 "2020년까지 전 공정 ICT(정보통신기술) 자동화를 완성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첨단 스마트 공장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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