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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①] “아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게 꿈” 장애자녀 부모의 작은소망

기사등록 : 2017-04-20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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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시설도 외면…돌볼사람 오직 부모
맡길 데 없는데,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하는 이유
“병원도 못가…보호시설·보조인력 확충했으면”
<그림=게티이미지>

[뉴스핌=이보람·김규희 기자] '상명지통(喪明之痛)'. 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이, 눈이 멀 정도로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다. 중국의 자하(子夏)가 아들을 잃고 그 슬픔과 상실감에 시력을 잃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자식보다 하루라도 더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식을 먼저 보낼 때까지.

상명지통의 고통을 감내하려는 그들, 중증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다.

"내가 오죽했으면 우리 애를 데리고 한강까지 갔다니까요, 같이 죽자고. 하루하루가 생지옥인데 나 혼자 죽으면 애 돌봐 줄 사람이 없잖아요."

지난 18일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 '부모스트레스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한 A씨 얘기다. 이 프로그램에는 모두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의 어머니 8명이 참여하고 있다.

증상이나 경중은 다르지만, 장애 자녀를 키우며 가슴 속에 맺힌 한은 다르지 않았다. 이들은 복지관 프로그램을 통해 화요일마다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B씨는 "선생님, 나 여기 좀 봐봐요. 괜찮나요?" 오른쪽 이마를 덮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올렸다. 지난 주말 보호시설에서 잠시 돌아온 아들이 자전거를 안 사주겠다고 하자 난폭해진 것이다.

그는 "내 자식이지만 가끔 나도 무서울 때가 있어요. 어렸을 때는 부모나 선생님들 밑에서 지시와 통제를 받지만 성인이 되고서는 종종 통제가 힘들 때가 있어요"라며 "이건 부모자식 간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야. (장애인보호)시설에서도 쫓아내는데, 뭐"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모든 걸 초월한듯 웃음을 보였지만, 그가 겪은 시간의 상처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부모들은 생계를 내팽개치더라도 자녀 곁을 지킬 수밖에 없다. 자신이 없으면 자녀들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같은 날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엄마 박은숙(46)씨의 아들 최모(16)군도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지능 수준은 서너살 정도다. 아들은 엄마의 만류에도 2층 로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렀다.

박 씨는 "하루하루가 힘들지만 내가 아프기라도 하면, 아이는 어떻게 되겠냐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고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중증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보다 하루 더 사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그런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다. 중증 장애인들을 위한 시설 확충과 전문 인력에 대한 지원 확대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또다른 어머니 C씨는 "평범한 사람들은 주말이나 연휴가 되면 쉰다고 좋아하죠? 하지만 장애인 가족들은 그 때부터 중노동이 시작돼요"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급하게 장례식장이라도 갈라치면 아이 맡길 데가 없어요. 제가 갑자기 응급실을 가야 할 정도로 아파도 마찬가지에요"라며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시간을 늘리거나 위급 상황에서 아이를 맡길 시설 등이 생겨야 해요"라고 강조했다. 또 중증 장애인 활동 보조를 위해 더 많은 보조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부모스트레스관리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사회복지사 김연주씨는 "중증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들 사이에서 가장 큰 화두는 '시설 확충'"이라며 "아무래도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인력에 대한 지원을 가장 많이 이야기하신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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