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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장애인의 날…‘등급제·부양의무제’ 장애인도 거부하는 복지제도

기사등록 : 2017-04-20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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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쭉날쭉 차등 지원…개인 맞춤형 전환해야”
가족이 돈 벌면 지원 끊겨, 부양의무제의 그늘

[뉴스핌=김규희 기자] 정부는 장애인을 위해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퍼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장애인들은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친다.

2012년부터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 “개별 지원 방식” 주장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9번 출입구에는 5년째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주장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는 장애인보다 국가와 공무원이 편하려고 만든 제도라고 주장한다.

정부는 장애인을 1~6등급으로 나눠 차등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1등급이면 장애 정도가 가장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2급 휠체어 이용 장애인과 1~3급 지체장애인은 휠체어리프트가 장착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아울러 장애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이름’이 아닌 ‘1급장애인’ 또는 ‘6급장애인’으로 불린다. 장애인들은 “우리는 사람도 아니냐”며 항변한다.

아무도 몸에 매기지 않는 등급을 장애인의 몸에 매기는 제도라는 것이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등급제가 장애인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도 슬프지만, 이 장애등급이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다고 주장했다.

이정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지난 2014년 송국현 씨가 계셨다. 장애거주시설에 오래 계시다가 사회로 나왔는데 장애 3급을 받았다”며 “당시엔 2급까지만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송국현 씨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집에 혼자 있다가 화재가 나는 바람에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송 씨는 화재가 발생했지만 구조를 요청하거나 대피할 수 없을 만큼 장애가 중한 상태였다고 그는 설명했다.

장애인단체들은 등급을 없애고 장애인의 필요와 욕구, 자기선택에 따라 개별적으로 지원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309개의 이름도 얼굴도 없는 영정사진이 놓여졌다. 이는 '대구시립희망원'에서 사망한 309명의 거주인을 의미한다. 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로 선포하고 행사를 갖는다. <사진=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제공>

◆ ‘천륜(天倫)’도 끊게 만드는 ‘부양의무제’

장애등급제 뿐만 아니라 부양의무제도 ‘천륜(天倫)’을 저버리게 만드는 악법으로 꼽힌다. 부양의무제는 본인이 소득과 재산이 적더라도 부양의무자(배우자, 1촌인 직계 혈족과 그 배우자 등)가 일정기준 이상 소득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 생계비를 지급하지 않는 제도다.

장애인들은 국가가 책임은 회피하고 가족에게 의무를 짊어지게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돈벌이가 여의치 않은 장애인을 둔 가족에게 부양의무제는 더욱 족쇄로 다가온다.

그러나보니 부모가 장애 자녀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정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매년 한두건씩 장애 자녀를 둔 부모님이 장애자녀의 생을 마감시키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자신이 죽게 되면 형제들 또는 다른 자녀가 장애인을 돌보게 되니 자기 손으로 그런 일을 벌이는 것”이라 전했다. 이어 “천륜을 저버리는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양의무제가 그렇게 만든 것”이라 토로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3급 지체장애인 구미선(46)씨는 “아들이 성인이 돼 돈벌이를 하게 되면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하게 된다. 아들에게 ‘네가 일을 하면 우리가 돈을 못받는다’며 말릴 수도 없지 않나. 본인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우리에겐 미래가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를 완전 폐지하면 연 9조~10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많은 금액이지만 OECD 국가와 비교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복지예산이 가장 낮게 책정되고 있어 평균수준으로만 끌어올려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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