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리를 빌미로 급락했던 일본 엔화가 대선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의 승리 가능성을 둘러싼 경계감이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부추긴 결과로 풀이된다.
엔화 <사진=블룸버그> |
내재변동성과 리스크 지표가 엔화의 추가 상승을 예고하는 한편 투기거래자들이 5개월만에 처음으로 순매수 포지션을 취한 데 따라 엔화의 트럼프 충격이 제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의 상승 역시 엔화 강세에 무게를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향후 1개월 사이 엔화 하락 대비 상승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한 비용이 지난해 6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외환 옵션 트레이더들 사이에 엔화의 잠재적인 상승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투기거래자로 분류되는 레버리지 펀드가 엔화에 대해 9000계약 가량 순매수 포지션을 취한 것으로 집계됐다. 레버리지 펀드가 엔화를 순매수하고 나선 것은 5개월만에 처음이다.
달러/엔은 지난 17일 108엔 선까지 떨어진 뒤 109엔 선으로 완만하게 올랐다. 달러화에 대해 엔화가 5개월래 최고치 수준에서 거래되는 셈.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엔 환율이 미국 대선 이전 수준인 105엔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르펜 후보가 5월 열리는 2차 투표에 진출할 수 있는 입지를 오늘 주말 1차 투표에서 다질 경우 엔화가 상승 탄력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과 트럼프 행정부 사이에 고조되는 긴장감 역시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에 호재로 꼽힌다. 일부 투자자들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무력이 동원될 경우 엔화가 지난 1991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당시와 같은 급등을 연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가코 준 신킨 애셋 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프랑스 대선부터 북한의 핵 시험 가능성까지 엔화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강력한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며 “달러/엔이 미국 대선 이전 수준인 105엔까지 밀릴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이와 증권의 가메오카 유지 외환 애널리스트는 “프랑스 대선에서 중도주의 후보들이 패배할 경우 5월 초까지 달러/엔 환율이 105엔 선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