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 이홍규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유럽 증시 사랑이 끊이질 않지만 저렴한 것이 주된 이유가 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조업 등 유럽 경기가 6년 만에 최고치로 개선되고 있고 기업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데 반해 주가는 '저평가'됐다는 것이 매수 권고 배경이지만, 실은 유럽 증시가 과거와 비교할 때 보이는 것처럼 저렴하지 않다는 것이다.
24일 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다수 투자자이 미국 증시가 비싸졌다고 보기 때문에 지난 몇달 간 글로벌 투자 자금이 미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톰슨로이터 자료에 따르면 내년 실적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유럽 주식의 주가수익배율은(PER)은 15배인 반면 미국 PER은 18배에 육박한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유럽 기업들의 이익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이는 기업 이익이 떨어지기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반대로 미국 기업들의 이익은 사상 최고치에 가까워 추가로 늘어날 여지가 부족하다.
◆ "유럽 증시 저평가, 어제오늘 일 아냐"
하지만 유럽 주식이 저렴하다는 주장에는 크게 3가지 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WSJ의 제임스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반론했다.
첫째는 유럽 주식은 항상 저렴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저렴한 주식들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은행과 석유 업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또 마지막으로 유럽 주식이 그 자체로 비싸다면, 가장 비싼 주요 시장(미국)보다 저렴하다는 사실은 '저평가'를 내세운 유럽 증시 옹호론에 크게 도움이 안된다는 지적이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투자자들은 유럽 주식을 저평가 해왔다. 이는 아마 유로존의 경제 활력이 덜하고,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더디며 근로자들의 요구가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매킨토시 칼럼니스트는 지적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중반 이래 유럽 증시의 PER은 미국보다 2배 낮았다.
물론 현재 유럽 증시에 적용된 할인율(discount)은 역사적인 수준보다 큰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은행과 석유 업종에 집중됐다. 이들을 제외하면 할인 정도는 장기 평균보다 아주 약간 작은 수준이라고 그는 분석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앤드류 랩톤 퀀트주식전략부 대표는 일부 대형주 또는 주가가 매우 비싼 업종에 의한 왜곡을 막기 위해 중간 규모의 주식들을 놓고 가치를 평가하면 "동일 가중 기준에서 유럽 주식은 다른 모든 곳과 마찬가지로 최고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