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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최근 김회준(가명)씨는 직장에서 불쾌한 일을 겪었다. 회사 경리부의 직원이 “최근 케이뱅크에서 대출 받으셨어요?”라고 물어봤기 때문. 케이뱅크가 경리부에 전화를 걸어 김씨의 재직 여부를 확인했던 것이다. 해당 직원이 악의를 갖고 물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의 사생활이 알려지는 것에 대해 김 씨는 당혹스러웠다. 그는 케이뱅크에서 대출을 받은 것이 아니라 급여통장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양미리(가명)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최근 케이뱅크에서 급여계좌를 만든 양씨는 직장으로 걸려온 케이뱅크의 전화를 받았다. 당시 케이뱅크 직원은 양씨의 재직 여부 확인을 위해 다른 직원을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원천징수명세서를 제출했던 양씨는 필요하다면 재직증명서를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케이뱅크 측은 “그렇다 해도 재직 여부는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양씨는 “재직증명서도 못 믿으면서 회사 다른 사람의 말을 신뢰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 사례는 케이뱅크가 이체한도를 해제한 계좌주를 대상으로 직장 재직 여부를 직접 확인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다. 통상 시중은행에서는 계좌의 실명 및 주소, 재직증명서 등만 확인하면 곧바로 한도를 풀어준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에선 다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등의 금융사는 지난해부터 자금세탁방지제도에 따라 계좌 실제 소유주를 확인해야 하는 규제를 받고 있다. 차명거래, 대포통장 및 비자금 형성 등 불법 목적의 금융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이 때문에 은행은 신규 계좌를 개설하거나 2000만원(미화 1만달러) 상당의 일회성 ‘금융거래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객확인제도(Customer Due Deligence, CDD)’를 적용받는다. CDD는 계좌주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연락처, 자금원천, 금융거래 목적을 확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다는 의미다. 여기까지는 시중은행에서 흔히 실시하는 업무에 속한다.
문제는 비대면 거래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금융정보분석원은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CDD보다 더 엄격한 ‘강화된 고객확인제도(Enhanced Due Diligence, EDD)’의 적용을 받도록 했다는 점이다. EDD는 CDD의 확인항목 외에도 직장, 재산현황 등 추가 정보를 은행이 확인해야 한다.
통상 시중은행에서 EDD는 고객의 신분이 불확실하거나 고위험국가 고객, 고위험업종 종사 등의 경우에만 적용된다. 재확인 절차도 CDD 적용 고객은 3년마다 확인하게 되는 것에 반해 EDD 적용 고객은 1년마다 은행의 확인을 거쳐야 한다.
모든 고객에 EDD를 적용해야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전화로 재직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대한 고객의 불만은 우리도 인지하고 있지만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EDD를 적용하게 하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비대면거래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간편한 계좌 생성과 거래를 장점으로 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유독 엄격한 고객확인절차를 적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이 EDD를 적용한 것은 비대면거래 외 양도성예금증서(CD), 환거래 등 고위험 상품·서비스 뿐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옥동자’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케이뱅크가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현재 은행권에서 관련 규제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아직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