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전민준 기자] 미국 트럼프정부의 한국산 강재에 대한 무차별적 관세폭탄에 국내 철강기업들이 적극 대응에 나섰다.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미국 현지 투자 등 과거보다 대응 수위가 높아졌다.
28일 정부 및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그룹 등 철강 주요 4개사는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 팔라스호텔에서 간담회를 갖고 미국의 통상압박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와 철강업계가 무역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공식적인 자리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미국 측의 과도한 반덤핑관세 조치를 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과도한 징벌적 마진 부과(AFA), 국내 시장가격을 부인한 고율마진 부과(PMS)에 대해서는 WTO 제소를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부제철 당진 전기로.<사진=동부제철> |
아울러 정부는 현재 운영 중인 '민·관 수입규제 TF(차관급)'를 확대해 통상 전문 변호사·회계사 및 국제통상 학계 인사 등을 포함하고, 최근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 등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대응논리를 마련키로 했다.
개별 기업 차원의 대응이 곤란한 경우에는 철강협회에서 주도적으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철강협회장을 맡고 있다. 권 회장은 향후 미국의 철강 분야 통상압력이 거세질 경우 WTO 제소까지 검토하겠다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13일에는 미국 정부로부터 유정용 강관 제품에 24%에 이르는 반덤핑 관세율을 받은 중소 철강기업 넥스틸(대표이사 박효정)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
넥스틸은 미국이 주장하는 덤핑의 근거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 이르면 오는 5월 초 미국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할 예정이다.
또, 정부에도 미국상무부에 대한 WTO 제소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부와 철강업계의 이 같은 대응은 지난해 한국산 열연‧냉연에 대해 미국이 덤핑관세를 부과했을 때보다 적극적이다.
당시 철강업계는 덤핑 관세를 부과 받을 때 마다 임시로 수입규제 자문단을 꾸리거나, 정부와 함께 수입규제 현지대응반을 설치하는 등 미온적인 대응에 그쳤다.
관련업계는 WTO제소를 통해 제소국의 관세폭탄에 공격적으로 대응, 무혐의판정 혹은 낮은 관세율을 돌려놓는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현지투자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기업도 있다. 국내 1위 철강파이프기업 세아제강(대표이사 이휘령)은 작년 말 미국 내 유정용강관 기업 두 곳의 자산을 1억달러에 인수했다.
국내 강관기업이 미국에 생산기지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아제강은 현지 생산으로 덤핑 관세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한편, 국내 철강기업들이 수입물품에 반덤핑 제소를 거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한국철강협회, 무역위원회 등과 중국산 열연강판에 반덤핑 제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는 해외기업의 반덤핑 제소에 맞대응 하는 것이 아닌 저가 수입물품에 대한 대응전략이다.
송재빈 한국철강협회 부회장은 "글로벌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으로 들어오는 수입물품도 늘고 있다"며 "국내기업들도 반덤핑 제도를 적극 활용, 내수시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